수사 기록 17만쪽 ‘트럭기소’...법조계 “검찰 애초 무리한 수사”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은 검찰이 사활을 걸고 수사했던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6월 이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에서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 이후 특수1~4부 소속 검사 30여 명이 투입된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약 8개월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당시 한동훈 3차장 검사(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 수사팀장을 맡았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수사팀은 전·현직 판사 100여 명을 조사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검찰은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기소하며 296쪽 분량의 공소장을 써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259쪽)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154쪽)의 공소장보다도 길었다. 또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은 A4 용지 약 17만5000쪽으로, 500쪽짜리 책 350권 분량이었다. 방대한 양의 기록 때문에 ‘트럭 기소’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기소된 판사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의혹의 정점(頂點)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자 법조계에선 “검찰의 과잉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수사 과정을 아는 법관은 “검찰 조사를 받았던 판사들은 ‘더 이상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면서 “강압적인 분위기는 기본이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를 끝내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일부 판사들은 참고인 신분인데도 공개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고 그 후 주변에 괴로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애당초 문재인 정부가 법원 주류 세력을 교체하기 위해 주문한 정치적 수사였다”면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대법원을 난도질했다”고 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면서 “검찰이 윤리적 비난 가능성과 위법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기소한 것”이라고 했다.
법리 구성도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상당수 판사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상당 기간 사문화된 조항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에서 이를 적극 활용했다. 한 판사는 “가령, 재판 개입 혐의의 경우 법원행정처 법관들에게 해당 권한 자체가 없어 직권남용이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 14명 가운데 현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이는 이규진·이민걸 전 부장판사 등 2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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