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태원 유가족 ‘대통령 집무실 앞’ 오체투지 행진 허용
법원이 용산 대통령실 앞 도로에서 이뤄질 이태원 유가족들의 오체투지 행진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정상규)는 26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가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29일 오후 1시59분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에 경찰은 행진 장소에 해당하는 대통령실 앞 도로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주요 도로’에 해당하고, 행진으로 극심한 교통 정체도 우려된다며 금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인) 국방부 부지는 군사시설에 해당하고, 이 사건 행진 장소는 군사시설에 최인접한 장소”라며 “이 행진으로 군 작전 수행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경찰의 의견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실제 오체투지 행진은 오후 2시부터 예정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개차로만 사용해 행진을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될 행진이라 주변 지역 교통에 심각한 불편을 끼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 장소로 규정하는 ‘대통령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의 주거지와 집무실이 분리된 탓에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을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고위직 공무원이 거주하도록 마련된 집’이다. 법원은 “현행법상 ‘업무 공간’에 해당하는 대통령 집무실까지 집시법이 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확장해석”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지역이 ‘군사시설’이라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신청인(경찰)이 사건 행진으로 인해 군 작전의 수행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근거로 행진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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