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생태계 울타리 허문다…단, 유럽에서만
[IT동아 권택경 기자] 폐쇄적 생태계를 고집했던 애플이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일부 울타리를 허물기로 했다. EU의 강력한 플랫폼 규제 법안에 따른 것이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각) EU에서 아이폰에 제3자 앱스토어, 제3자 결제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새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3월 7일부터 시행되는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른 것이다. DMA는 시장에서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들의 지위 남용을 규제하고, 위반 시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번 정책 변화에 따라 앞으로 EU에서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제3자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들도 원한다면 제3자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제3자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애플에는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애플은 제3자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앱이라도 플랫폼 무결성과 이용자 보호 등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앱스토어에서 애플의 인앱결제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 등 제3자 결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앞서 지난 2022년 국내에서도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따라 제3자 결제를 추가한 바 있는데, 이를 EU에도 도입한 것이다.
다만 수수료율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던 국내에서와 달리 EU에서는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현재 애플은 국내에서는 제3자 결제에는 최대 26%, 인앱결제에는 최대 30%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기본 수수료율을 17%로 책정하고, 애플의 인앱결제를 활용할 경우에 추가로 3%를 부과한다. 제3자 결제를 활용할 경우 수수료를 17%만 부담하면 되고, 인앱결제를 쓰면 20%까지 내는 셈이다. 중소사업자나 개인 개발자 등 소규모 개발자 앱은 각각 10%, 13%까지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애플이 이처럼 EU에만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한 건 제3자 앱스토어로 개발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화책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애플은 새로운 수수료 항목도 추가했다. 연간 다운로드가 100만 건을 초과하는 그 초과분부터 1건당 핵심 기술 수수료(Core Technology Fee)라는 명목으로 0.5유로(약 725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되는 앱뿐만 아니라 제3자 앱스토어에도 적용된다. 애플인 1% 미만의 개발사들만 핵심 기술 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도 개방된다. 이전까지는 애플은 아이폰에서 애플페이 외 타사의 결제 서비스가 NFC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NFC 기능 개방으로 앞으로 EU 내에서는 삼성페이와 같은 타사의 결제 서비스도 아이폰에서 NFC 결제 기능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아이폰에서 사용할 웹브라우저에 대한 선택권도 넓어졌다. EU 내 이용자가 아이폰에서 사파리를 처음 실행하면 사파리 외 다른 웹브라우저를 포함해 이용자가 기본으로 사용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를 표시한다. 이전에도 설정 화면에서 기본 브라우저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본 브라우저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이용자에게 좀 더 상키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웹킷 외 다른 브라우저 엔진도 허용하기로 했다. 브라우저 엔진은 웹브라우저가 인터넷 화면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다. 애플은 그간 iOS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웹키트(WebKit)만을 허용했다. 아이폰에선 어떤 웹브라우저를 쓰더라도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는 사파리랑 같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타 웹브라우저 개발사들이 자체 브라우저 엔진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이날 이같은 변화가 적용된 iOS 17.4 베타 버전도 함께 공개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새 정책들은 EU 내에서만 적용된다. EU 외 이용자들은 여전히 제3자 앱스토어나 애플페이 외 NFC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 전문 매체 ‘9투5맥(9to5Mac)’은 애플은 이용자가 EU에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애플 계정에 등록된 신용카드 청구지 주소, 사용자의 현재 위치 정보, iOS 지역 설정, 위치 정보, 기기 정보 등을 종합해 이용자가 EU 내 이용자인지 확인한다.
애플은 이번 정책을 유럽에만 적용하는 이유로 이용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애플은 “이같은 변화가 이용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 외 국가에는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애플은 DMA가 멀웨어, 사기, 불법적·선정적 콘텐츠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악성 앱에 대응하고 제거하는 애플의 능력을 저해하는 등 새로운 위협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이날 게임 스트리밍 앱을 아이폰에 출시 못 하게 막았던 앱스토어 정책도 손봤다. 그간 앱스토어는 단일 앱을 통해 게임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앱은 앱스토어 출시를 사실상 불허했는데, 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지포스 나우 등 그간 아이폰 전용 앱이 없었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앱스토어에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정책은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적용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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