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임명동의제 무시하고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자 임명…노조 “법적 대응할 것”
KBS가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는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합뉴스룸국장(옛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자들을 임명했다.
KBS는 26일 “통합뉴스룸국장과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1국장, 시사교양2국장, 라디오제작국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임명된 주요 보직자는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 박진현 시사제작국장, 최성민 시사교양1국장,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 이상호 라디오제작국장 등이다.
KBS 측은 “현재의 단체협약대로 임명 동의를 거쳐 5대 국장을 임명하는 것은 인사 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직원을 임면하는 것”이라며 “(단체협약을 따르면) 인사 규정, 정관, 방송법을 사장이 순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KBS는 “임명동의제는 지명된 국장이 노조 조합원의 재적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는 경우 사장이 지명을 철회하게 돼 있는데, 이는 사장 인사권을 침해하는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의 임명동의제는 주요 보직자를 임명하기 전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정한 제도다. 2019년 양승동 전 사장 시절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노동조합’, ‘KBS 공영노동조합’ 등 3개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해야 주요 보직자들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당초에는 대상자가 통합뉴스룸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2국장 등 세 보직이었다가 김의철 전 사장 시절인 2022년 다른 두 보직이 추가됐다.
이날 KBS 측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 위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각하 결정을 받은 점도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조 동의 없는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임명 동의 없는 통합뉴스룸국장 임명 시도 등을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채권자(언론노조 KBS본부)가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법원은 설령 언론노조 KBS본부가 당사자 능력이 있더라도 임명동의제의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임명동의제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박민 사장이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없는 것을 방증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본부는 “임명동의제는 공정한 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번 국장 임명 강행을 공정방송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률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KBS본부는 “국장의 자질을 평가할 권리를 빼앗긴 구성원들에게 그 권한을 돌려주기 위해 다음 주에 자체적으로 임명동의 설문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각하 결정된 가처분 사안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문 어느 문구를 봐도 임명동의제에 효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가처분 각하 결정에 항고한 상태”라고 KBS본부는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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