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도 아니고…동굴에 사는 美 노숙자들 [SNS&]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 그 중에서도 최고의 혁신기업과 빅테크, 억만장자들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주택 임대료와 물가, 마약으로 무너진 삶은 그들을 구석기 시대와 다를 바 없는 공간으로 내몰았다. 바로 지하 동굴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서 지역경찰과 자연 정화 자원봉사 단체들이 지역을 따라 흐르는 투올러미 강둑에서 대규모 노숙자 거주 지하동굴들을 발견하고 대대적인 청소를 벌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만 총 8개로, 약 6미터의 깊이까지 파낸 동굴에서 노숙자들은 온갖 가재도구와 음식 재료, 허름한 가구들을 갖추고 살고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 CBS에 따르면 동굴 안에는 침구, 소지품, 음식, 마약, 무기 등이 있었다. 추위에 난방을 하기 위한 임시 벽난로도 있었다. 노숙자들이 동굴 안에서 일종의 공동체 생활을 한 것.
모데스토 지역경찰과 자원봉사 단체들은 동굴 안에서 약 7600파운드(약 3.4톤)의 쓰레기를 꺼내서 치웠다. 이는 트럭 두 대와 트레일러 한 대를 가득 채웠다.
당시 동굴 안의 상황과 접근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면서 노숙인들의 참상과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당시 모데스토 경찰은 노숙인들이 몰려 있는 이 지역의 위험성과 위생 문제를 우려해 청소 작업을 하겠다고 알렸다. 지하동굴 입구에 접근을 막는 표시를 하고 본격적인 청소작업을 벌였다. 동굴 내부에서 발견된 테이블, 생활용품으로 가득 찬 상자, 음식과 조미료가 담긴 선반 등 지하 세상의 규모를 보고 자원봉사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홍수로 강물이 넘치거나 약해진 지반 때문에 동굴이 무너질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회적인 심각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투올러미 강 외에 이 지역의 스타니슬라우스 강 주변에서도 고속도로 아래 둑에서 동굴들이 발견됐다. 노숙자들은 108번과 120번 고속도로 아래에 동굴을 파고 살고 있었다.
한 지역주민은 SNS에 "이 동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며 "동굴에 쌓여있는 모든 것들이 강으로 휩쓸려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길 아래 동굴들을 파 놓은 만큼 동굴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위를 걷는 사람들에게도 위험하다"면서 "동굴을 치우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했다. 다른 한 주민은 "쫓겨나자마자 바로 다음날 그들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15-20명이 하룻밤이나 이틀 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놀랍다. 그들은 발전기와 물 펌프를 이용해서 전기와 물을 쓴다"고 했다.
청소활동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맨몸으로 올라가기도 힘든 언덕인데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건을 동굴에 넣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문제는 터전이 사라진 노숙자들은 또 다른 생활공간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모데스토 대변인은 "이 지역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노숙자들에게 지원 서비스를 연결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견은 캘리포니아에서 노숙자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15년 이후 노숙자가 80% 증가했다.
2023년 1월 조사에서 미국의 노숙자는 65만3000명으로, 2007년에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많았다. 노숙자의 절반 이상이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 워싱턴 등 4개 주에 집중돼 있으며, 캘리포니아가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성명을 통해 "노숙자 문제는 비상사태이며, 이 비상사태에 맞서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주택의 부족과 높은 주거비를 노숙자 급증의 원인으로 꼽는다. 마약, 범죄, 질병 등에 노출된 이들도 많다. 미 정부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낮은 공실률, 팬데믹 시대의 주택 프로그램 종료, 임대료 급등으로 노숙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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