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이종민 2024. 1. 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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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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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4년 11개월 만에 1심 선고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 없다” 판단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무죄
양 “당연한 귀결… 재판부에 경의”
“애초 무리한 기소” 후폭풍 예상

법원이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11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애초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과 함께 법원 안팎으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역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의 구형량은 양 전 대법원장 징역 7년, 박 전 대법관 징역 5년, 고 전 대법관 징역 4년이었다.
선고에만 4시간27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1심 재판에서 47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4년11개월 동안 약 290번의 재판을 거친 끝에 나온 이날 판결은 선고에만 4시간27분이 소요됐다. 뉴시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됐다. 일선 법원 재판에 개입하고,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법관 비위 은폐,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등을 지시했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47개 죄목에 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이들 혐의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등 하급자의 직권남용죄가 대다수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고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볼 만큼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관의 독립’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던 ‘강제동원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에 개입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해당 사건 등과 관련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데 대해서도 “설사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여부를 인정할 수 없어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유를 끝으로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내내 무표정으로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끝나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 직후 “당연한 귀결이다. 명쾌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부디 이번 판결로 극심하게 분열됐던 법관사회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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