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 아닌데도 귀 먹먹하다면?...‘이곳’ 이상 확인하세요
비행기를 타거나 등산을 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올라갈 때면 귀가 먹먹해지는 경우가 있다. 대기압이 갑작스럽게 변하면서 고막 안의 압력과 차이가 날 때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이(耳)충만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간혹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충만감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관기능에 이상 생기면 귀에 먹먹한 느낌 생겨
코와 귀는 ‘유스타키오관’, 또는 ‘이관’ 이라고 하는 기관으로 연결돼 있다. 이관은 귀 내부의 압력이 바깥쪽과 같도록 조정해주는 기능을 한다.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무언가를 씹을 때 이관의 근육이 움직이면서 열린다. 그런데 이 이관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귀에 먹먹한 느낌이 찾아올 수 있다. 이를 이관기능장애라고 하는데, 닫혀 있어야 하는 이관이 계속해서 열려 있다면 ‘이관개방증’으로, 열려야 할 때 잘 열리지 않는다면 ‘이관폐쇄증’으로 분류한다.
특히 코감기나 비염, 축농증 등 이비인후과 질환이 생기면 이관기능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코감기나, 비염, 축농증과 같은 질환은 비강 안에 가득 찬 콧물이나 농 등으로 생긴다. 이때 코 주변의 압력을 높일 수 있는데, 이관의 압력 조절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귀가 먹먹해지는 이충만감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압력에 의해 이관이 잘 열리지 않는 이관폐쇄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관기능 이상으로 인한 이충만감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코의 압력을 떨어뜨려야 한다. 코로 숨을 원활하게 쉴 수 있게 되면 이관 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코 관련 질환을 치료해도 귀가 먹먹한 느낌이 장시간 이어지면 난청이나 중이염, 이명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럴 경우 청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턱관절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등이 이충만감 유발
입을 벌릴 때마다 턱에서 ‘딱, 딱’ 소리가 나는 턱관절 장애도 이충만감의 원인이 된다. 턱관절은 귀의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고, 턱관절과 귀는 ‘이개측두신경’이라는 동일한 신경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턱관절 장애가 심하면 이충만감이 동반될 수 있다.
2018년에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지(The Laryngoscope)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이충만감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80.9%에서 턱관절 이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턱관절 장애와 턱근육의 이상이 지속적으로 귀 내부를 자극하면서 고막 주변 근육의 기능을 저하시켰다고 분석했다. 고막의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내부 압력이 조절되지 못해 귀가 먹먹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턱관절 장애와 귀의 이상이 함께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치과치료 등을 통해 턱관절 장애를 치료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통증평가척도(VAS) 점수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턱관절 장애가 이충만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면 자율신경계 이상이 찾아오면서 이충만감 증상이 나타난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거나 만성피로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율신경계 이상이 오면 조절기능이 떨어지면서 이관기능이 저하되어, 이충만감이 유발된다. 또 혈압이 얼굴에 몰릴 때도 귀에 먹먹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혈압으로 인한 이충만감 증상은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관기능 여는 것이 중요…껌 씹거나 침 삼키면 도움 돼
비염, 축농증, 턱관절 장애 등과 같이 이충만감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치료가 우선이다. 알레르기 비염과 축농증은 약물치료가 진행되며, 턱관절 장애는 물리치료와 교합장치를 통한 치료 등이 흔하게 시행된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을 때는 교감신경이나 교감신경절에 주사를 놓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만일 당장 치료하기 어렵다면, 최대한 빨리 이관을 열어야 한다. 입을 벌렸다 닫으면서 삼키는 듯한 동작을 반복하면 목구멍 뒤쪽의 근육이 움직이게 되고, 이관이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껌을 씹거나 물을 마시거나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인사하듯 몸을 90도로 숙이고 물을 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다.
코의 압력을 이용한 방법으로도 먹먹한 귀를 뚫을 수 있다. 양쪽 콧구멍을 완전히 막고 입을 다문 상태에서 코로 숨을 내뿜는 방법이다. 귀 내부의 압력을 높이면서 귀가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 너무 세게 압력을 가하는 경우에는 고막이나 이관이 파열되는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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