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공포의 중국 입국 심사

이하원 기자 2024. 1. 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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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올 초 20대 한국 남성이 서울을 출발, 베이징에 들렀다가 유럽으로 갈 때다. 베이징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 다른 여행객 속에 섞여서 나오는데 중국 세관원이 그를 지목해 따라오라고 했다. ‘환승(transit)’ 피켓을 든 안내원에게 다가가기 전이었다. 몇 시간 공항 밖을 나갔다 출국하는데도 열 손가락 지문을 찍고, 안면인식기에 얼굴을 대야 했다. 중국 세관원이 어떤 시스템에 의해 그를 지목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세관원은 이미 그의 얼굴과 여행지를 알고 있는 듯했다.

▶40대 회사원 K씨는 지난해 중국 출장용 비자 신청서를 쓰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총 6페이지 신청서에 군 복무 관련 6개 항이 있었다. 병과·주특기·계급·복무기간 등을 모두 써야 했다. 최종 학력 및 전공도 적었다. 부모와 배우자, 자녀의 생년월일 및 출생지 항목도 있었다. 직장 항목에선 상사 두 명의 이름, 직위, 전화번호를 채워야 했다. “나는 물론 우리 가족과 직장 및 윗사람의 모든 정보가 털린 느낌”이라고 했다. 모두 중국이 지난해 7월 반(反)간첩법을 강화한 후 생긴 일들이다.

▶중국을 오가는 한국인들은 최근 입국 심사 관련 경험을 나누며 “별일 없었냐”는 인사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 시기에는 중국 입국이 물리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제는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중국에 근무했던 전직 외교관은 최근 “절대 중국에 가지 말라”고 말하고 다닌다. “반간첩법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70대 한국인 사업가가 다이어리(업무용 노트)에 부착된 작은 세계지도 때문에 중국 선양 공항에 억류된 사건이 발생했다. 대만이 ‘타이완’으로 한국·일본 등과 똑같은 국가로 표시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30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해 온 그는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했다. 세관원들은 한 시간 후에 지도를 뜯어내고서야 그를 풀어줬다. 중국 공산당이 평소 그의 중국 내 행적을 5G 감시 시스템으로 지켜보다 핑계를 만들어 심리적 위협을 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퓨 리서치센터가 24국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중국에 부정적인 응답자가 67%였다. 한국 국민은 77%가 중국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문과가 영문과를 제치고 어문계열 1위’ 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최근 중국어 인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그 이유를 중국 공산당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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