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4-4-2 패착, 그리고 손흥민의 '좌향좌' 효과와 의미[심재희의 골라인]

심재희 기자 2024. 1. 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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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23 아시안컵 16강 진출
조별리그서 다소 고전, 토너먼트 준비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1승 2무 무패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중동 지역에서 대회가 열렸고, 3경기 연속 지지 않으며 16강에 올랐으니 비난보다는 응원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비 시간이 많지 않지만 약점을 잘 커버해야 토너먼트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호는 이번 대회에서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위치를 좀 더 올려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에 배치했다.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려 승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변화를 줬다. 결론적으로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든 4-4-2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기존 4-2-3-1에 비해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현대 축구는 포메이션 세분화가 이뤄져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포메이션 4분화가 늘어났고, 이제는 많은 팀들이 전형의 구분을 4가지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간 싸움이 늘어나고 엄청난 압박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좀 더 타이트하게 선수들이 움직이기 위해서 포메이션 구분을 3분화에서 4분화로 더 세밀화한 것이다. 물론, 4-4-2나 3-5-2 같은 전형을 쓰는 팀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서 포메이션 4분화가 대세를 이루는 건 확실하다.

조별리그 경기 내용을 좀 돌아 보자. 3경기 연속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본 전력에서 앞서는데 선제골을 터뜨렸으니 승리 가능성을 더 높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선제골 이후에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상대가 만회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자 뒷걸음질쳤고,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을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일반적으로 1-0 상황에서 전력이 앞선 팀은 상대 공세를 역이용해서 추가골을 노리고 성공한다. 전형을 올리는 상대방의 수비 뒤 공간을 침투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달랐다. 리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 공격을 막기 급급했고, 수비에서 허점이 드러나면서 실점했다. 이건 수비 조직력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애초에 상대가 공세를 펼 때 전형이 뒤처지고 주도권을 내준 게 문제다. 상대가 앞으로 나올 때 적절히 압박하고, 빠른 역습과 측면 돌파 등을 성공했으면 경기 분위기를 계속 잘 살릴 수 있었다. 

기본 전형과 세부 전술 등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코칭 스태프 및 선수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부분이라 평가 자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3경기 연속 4-4-2 허점을 드러낸 건 분명해 보인다. 4-4-2로 3분화 된 포메이션에서 태극전사들은 리드를 잡고도 흔들렸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공격에 밀리며 어려운 길을 걸었다. 3분화 된 포메이션 속에서 효율적인 압박을 가하지 못했고, 4분화 전형을 공격적으로 밀고 올라온 상대와 지역 숫자 싸움에서 밀리는 약점도 드러냈다.

축구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가 팀을 이뤄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기본 전형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강점을 살리고 상대 약점을 들춰낼 수 있는 기본 판을 잘 깔아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더라도 전형을 잘못 짜면 팀 전체가 이기기 어려운 법이다. 맞지 않는 옷이 있고 유행이 지난 패션이 있듯이, 클린스만호에 4-4-2 전형은 뭔가 어색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요르단과 2차전, 말레이시아와 3차전 후반전을 떠올려 보자. 한국은 불의의 연속 실점으로 역전을 당해 위기를 맞았다. 추격전을 벌일 때, 가장 날카로운 공격 옵션인 손흥민이 왼쪽에서 많이 활약했다. 손흥민의 왼쪽 날갯짓이 살아나면서 대표팀의 전체적인 공격 리듬이 좋아졌고, 기본 전형의 안정감도 나아졌다. 요르단전 동점골도 왼쪽에서 손흥민이 기회를 열었고, 말레이시아전 후반전 추격전에서도 손흥민의 '좌향좌'가 빛을 발했다. 손흥민이 개인적으로 자리를 옮긴 건지, 아니면 코칭 스태프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알기 힘들다. 아무튼 공격력을 살려 추격에 성공한 때 전형을 보면 4-2-3-1 밑그림에 가까웠다.

전문가인 감독의 축구 철학을 담고 승부수를 띄우는 기본 전형을 바꾸라는 의견을 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뭔가 안 될 때는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고, 잘된 부분이 있으면 더 잘 살리는 게 현명하다. 분명한 건 한국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이다. 반복된 실수 속에 드러난 약점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꼭 필요하고, 바꿀 수 있다면 빨리 바꿔야 한다. 토너먼트 승부에는 내일이 없다. 이제 지면 진짜 끝이다. 

[손흥민(위), 한국 4-4-2 전형(중간), 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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