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재판 5시간의 선고

양승태 재판 이모저모
장시간 선고로 휴정하기도
무죄 나오자 방청석서 박수

◆ 양승태 무죄 ◆

"많은 시간이 예상돼 일과 시간(오후 6시) 내에 마무리될지 미지수입니다. 선고기일이라도 휴정할 수 있습니다."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이례적으로 장시간 진행되면서 이색적인 장면들이 여럿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법 358호 법정에 들어선 재판부는 본격적인 판결 이유 설명에 앞서 '장시간 선고'부터 예고했다.

재판장인 이종민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약 300페이지에 달한다. 따라서 판결 이유 설명만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예상된다"며 "일과 중 선고를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휴정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날 법정 안에는 92석의 방청석이 변호인단, 취재진,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증거 능력에 대한 판단에 이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별 판단 설명을 이어갔다. 재판장은 이마를 쓸어 넘기며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증명이 없다" 등 내용의 판결 요지를 쉼 없이 읽어 내려갔다. 2시간10분간 재판이 이어지자, 10분간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판결문 낭독 내내 미동 없이 두 눈을 감고 있거나 허공을 응시했다. 판결문 낭독 시간이 길어지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인상을 쓰거나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기도 했다.

약 4시간30분 후에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역시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과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