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0명 피해 '불법촬영' 저질렀는데…"가해 학생 달래라"

유선의 기자 2024. 1.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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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피해자일 수 있는 교사에 '황당' 지시
[앵커]

제주의 한 고등학교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200명 넘는 피해자를 촬영한 혐의로 고3 남학생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큰 이 학생의 담임 여교사에게, 학교와 경찰이 가해 학생을 달래고 보호하길 요구했다고 합니다.

유선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한 3학년 남학생이 몰래 자수하고 등교했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아버지한테 병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수를 하고.]

그런데 교감은 담임 교사에게 학생을 달래라고 했습니다.

피해자일 수 있는데 가해자를 챙기라고 한 겁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어떻게 가해자를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가 있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나흘 뒤 담임이 학생에게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밤) 9시 7분에 전화를 하게 됐어요. 선생님 실은 제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도 찍혔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지만 참고 달랬습니다.

다음날에는 경찰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생이 극단 선택을 언급했단 보고가 학생부장과 교감, 교육청을 거쳐 경찰로 넘어갔다가 다시 담임에게 돌아온겁니다.

당시 적어둔 메모에는 '경찰이 큰 일 아니라고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학생을 달랬습니다.

이틀 뒤에는 여성 학생부장과 함께 학생 집에 가서 학교폭력위원회 자료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교감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나는 보고받는 자리에 있으니 현장은 뛰지 않는다.]

학생을 만나선 '언제든 기대라,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도망치듯 빠져나와선 긴장되고, 무섭고, 불안했다. 영상에 나도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가해 학생이 펜을 세게 쥐고 꾹 눌렀다고 적었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저 펜으로 내 목을 찌르면 나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어떻게 하면 내가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얼마 뒤 체육관 뿐 아니라 학교 곳곳, 그리고 아버지 식당 여자 화장실에도 몰카가 더 있었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해자가 200명이 넘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가해 학생이) 계속 한 번 촬영했다고만 했는데 (가정 방문) 접 대면에서 10회 이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것도 거짓말이었습니다.]

계속 추가 범행이 드러나 학생은 결국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 사이 담임의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병이 났습니다.

병가를 쓰겠다고 했지만 교감이 막았습니다.

[A씨/몰카 피의자 담임 교사 : 3학년 부장, 교감, 교장 각각한테 다시 전화를 걸어서 허락을 받으십시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감이 4차례 병가 신청을 거부하고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교감은 사과하기로 한 날 번번이 병가를 냈습니다.

미안하다며 두루뭉술하게 보낸 메시지가 전부였습니다.

피해자일 수 있는 교사가 가해자를 위로하고 이를 지시한 학교 관리자는 교사의 트라우마를 외면하는, 이런 2차 피해가 석 달 넘게 계속됐습니다.

교사노조는 학교 관리자와 경찰이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담임을 위로한 건 같은 피해자인 학생들뿐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선생님에게 상처를 준 학교를 탓하고 싶다' '선생님을 보호해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영상디자인 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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