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낭독에만 4시간 25분... 5년 걸린 양승태 재판 ‘무죄’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 이종민 부장판사가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26일 진행된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 공판이 개정한지 4시간25분이 지날 때였다.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은 무죄를 선고받는 순간엔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재판이 끝나자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재판은 개정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 등 80여명이 법정 앞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법원에 접수된 검찰의 영장 청구서나 수사 보고서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전 부장판사 등 후배 법관들도 이날 법정을 찾았다.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부터 4시간25분가량 진행됐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간략히 설명할 예정이지만 오늘 일과 중에 마칠지는 미지수”라며 “도중에 휴정할 수도 있고, 부득이하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낭독할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오후 2시44분쯤 한숨을 짧게 내쉬고 목청을 가다듬은 것을 제외하면 휴정 전까지 2시간 10분동안 쉼없이 판결 이유를 읽었다. 판결이유 낭독이 길어지자 오후 4시10분쯤 10분간 휴정한 뒤 낭독을 이어갔다. 이 부장판사의 자리엔 500ml 생수 두 병이 놓여있었지만 그는 선고 도중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도 피고인석에 앉은 뒤 눈을 감은 채 선고를 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선고를 들었고, 고 전 대법관은 선고 도중 마스크가 달싹거릴 정도로 짧게 숨을 들이쉬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후 6시23분쯤 판결이유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을 모두 기립시켰다. 2분 뒤인 오후 6시25분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고 선고했다. 수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방청객 수명이 박수를 쳤다.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은 바로 선 자세를 유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를 바라봤고,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맞은편 허공을 응시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3명은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퇴정한 뒤에야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명백하게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소감을 밝히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이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2019년 2월 기소된 지 1810일, 4년 11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이 4년 11개월여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의 생일이라고 한다. 한 법조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큰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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