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50대 여성 노동자와 가족의 삶…영화 '울산의 별'

문별님 작가 2024. 1.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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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의미 있는 영화 소식, 또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울산 조선소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가장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고발한 독립영화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소식을 이어가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족이 겪는 애환과 화해를 참신한 시각으로 그려냈다고 하는데요.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윤화 씨, 요즘 회사 사정 알지요?"


20년 동안 일한 조선소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윤화


가상화폐에 전 재산을 투자한 아들과


서울로의 탈출을 꿈꾸는 딸


각자의 고민과 갈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가족


"대한민국은 조선소가 먹여 살렸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 속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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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네, 영화 울산의 별 정기혁 감독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이틀 전에 개봉해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이 영화 '울산의 별'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영화 '울산의 별'은 50대 여성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목전에 두고 느끼는 좌절감과 그를 중심으로 가족, 동료들과 겪는 갈등과 오해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특별히 울산조선소를 배경으로 삼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울산은 한국에서 공업 도시로 대표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시나리오를 집필할 당시 조선업 위기론이 있었고, 필연적으로 그에 종사하는 노동자분들도 위기를 느끼셨을 겁니다. 


도시의 흥망에 따른 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영화에 그 배경으로써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더불어서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된 도시라는 생각에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 대비되는 배경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 그렇다면 이 제목 <울산의 별>에서 '별'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네, 고도로 성장한 도시에서는 밤하늘에 별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성장한 도시의 광해 때문일 텐데요.


보이진 않아도 별은 늘 존재하고 있죠.


밤에 울산을 들어서면서 보면 거대한 구조물들과 크레인들,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선박들이 달고 있는 조명은 잘 보여도 하늘의 별들은 잘 보이지 않죠. 


공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의 광해 때문일 텐데 저는 도시의 성장을 위해 희생된 노동자가 그런 보이지 않는 별처럼 느껴졌습니다.


늘 빛나고 있지만 도시의 광해로부터 가려져서 있는 존재,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늘 빛나고 있지만 가려져 있는 존재, 주인공은 남편을 조선소에서 잃었고, 자신도 조선소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아들이 또다시 조선소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극중 대한민국 조선소가 먹여 살렸다, 조금 전에 이 대사도 함께 들었는데요.


이 주인공에게 울산조선소는 어떤 의미일까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공업도시로 성장을 함께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시와 조선소 자체가 자신의 삶의 트로피로 느끼고 조선소의 노동자로 정체성을 부여하고 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에서 밀려나는 순간이 되더라도 가차없이 버려지는 순간에도 그 트로피를 부정할 수 는 없었을 겁니다.


결국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윤화에게는 조선소가 최고여야 했습니다.


의심하기도 싫었을 겁니다.


서현아 앵커

모두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지만 특히 주인공 윤화역의 김금순 배우는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도 받았습니다.


연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사실 다른 감독님 영화제작 현장에서 스태프로 처음 만났는데 저와는 당시에 대화도 없었습니다.


저는 혼자 제가 쓰고 있던 시나리오에 김금순 배우를 대입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에 뒤풀이 장소에서 캐스팅 의사를 전달드렸고 시나리오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작을 미룬 탓에 다시 몇 년 만에 다시 연락을 드렸고 출연을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 만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방향을 말씀드렸고, 첫리딩 때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김금순 배우님 캐스팅은 정말 잘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윤화를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을 구현해 주셨습니다.


촬영 현장에서도 감정의 흐름 디테일에 대한 약간의 디렉션을 드렸을 뿐 다른 것은 거의 말씀드릴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윤화 그 자체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억척스러운 엄마, 그리고 계속 실패하는 아들 서울로 계속 달아날 이제 궁리만 하는 딸, 굉장히 캐릭터 하나하나가 현실적이거든요.


담아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을까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면서 갈등과 오해가 있을지언정 결국은 연대하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 가족이고 동료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의 희망이고요.


당장은 자신이 옳다고 악다구니를 쓸지언정 누구 하나 악의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로 살아온 윤화는 어찌 되었건 자신의 삶에서 뜨거웠던 순간과 영광을 함께한 조선소에서 길을 보고 살아왔고, 그렇게 옳다고 믿는 길을 자식들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아들은 조선소에서 아버지를 잃었고 다시 그 조선소 안에서 위태로운 윤화를 보면서 조선소가 아닌 다른 길이 옳다고 생각해서 잘해보려고 한 것일 테고, 딸도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도망이라도 쳐서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겁니다. 


세대간의 갈등은 그러한 문제 같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다 잘해보려고 하는 문제를 선의로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이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는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울산에 별>만의 개성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보시는 관객 분들 각각 관점에서 각 인물의 서사를 보자면 누가 패자지 승자인지 아니면 절망인지 희망인지 를 다르게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입을 할 대상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보면 어떤 분은 윤화가 이해가 될 것이고 어떤 분은 아들이 또는 딸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이해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울산의 별에는 흔히 말하는 빌런, 악당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체성을 부여하고 살아온 문중 땅을 뺏으려는 친척조차 악당은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관객들이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하는 부분도 있으실까요?


정기혁 감독 / 영화 '울산의 별'

가족과 세대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중심에는 소모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그러했고요.


크게 봐서는 우리 모두 노동자고 그런 의미에서 약자입니다.


서로를 갈라치고 서로의 것을 뺏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이유도 묻지 않고 함께 울어줘야 할 연대하고 보살펴야하는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대표되는 장면을 말씀드리자면 극중 인혁에 관련된 장면이 있습니다.


돌아서면 남이라고 피 한 방울 안 섞였다고 매정한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윤화가 이유도 알 수 없이 주저앉아 울 때 더 묻지 않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는 장면이 우리의 연대의 모습의 시작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치열한 현실을 버텨내는 우리 시대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가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로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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