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어려운데 감염은 늘어나는 ‘항생제 내성균’…내성 줄이려면?

안세진 2024. 1. 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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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의 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 항생제 내성균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이하 CRE)’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CRE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장내세균속균종에 의한 감염증을 말한다. CRE에 감염되면 요로 감염과 폐렴, 패혈증 등이 유발되는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CRE가 질병관리청의 전수관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감염되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다. 항생제 내성을 평상시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약을 먹어도 치료가 어려워 위험하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균이란?
항생제란 미생물에 의해 만든 물질로, 다른 미생물의 성장과 증식을 막는 약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균제 △곰팡이균을 없애는 항진균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의 과다 복용으로 인해 나타나게 됐는데,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하거나 오염된 의료기기를 통해서 주변으로 전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CRE를 포함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다제내성녹농균(MRPA) △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등 6가지 균을 ‘다제내성균’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제내성균은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을 이르는 말인데, 흔히 말하는 ‘슈퍼박테리아’가 바로 이것이다. 이들 균은 폐렴, 패혈증, 쇼크 등의 합병증으로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데다, 항생제를 통한 치료가 어려워 경계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 왜 생기는 걸까?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한 대표적인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이다. 질환의 원인에 맞지 않는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치료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복용하는 등으로 오남용하게 되면, 몸속 세균들이 항생제에 대항하는 방법을 만들면서 내성균으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의 또 다른 원인으로 과도한 탄수화물과 설탕 섭취가 지목되고 있다. 중국 과학원 미생물학연구소(Chinese Academy of Sciences, CAS)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뇌에 포도당 수치가 과도하게 높을 경우에도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균은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Cryptococcus neoformans)’ 곰팡이균이다. 이 균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한번 감염되면,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면서 뇌수막염, 뇌염 등을 일으킨다. 이 곰팡이균은 항진균제 ‘암포테리신 B’를 사용해 치료가 가능한데, 내성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워진다. 이에 연구진은 어떠한 경우에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뇌 조직과 사람의 뇌척수액을 추출해, 체내 물질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미노산, 항산화제, 유기산, 포도당 등의 대사산물이 곰팡이균과 항진균제 사이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곰팡이균에 존재하는 포도당 억제 인자 ‘Mig1 단백질’과 뇌의 포도당이 결합하면서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을 유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생쥐 실험을 통해 Mig1 단백질이 암포테리신 B의 약효가 충분히 퍼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확인됐다.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포도당이 뇌에 공급되도록 돼야 하지만, 과도할 경우 항생제 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다.

수용성 식이섬유, 항생제 내성균 줄일 수 있어
중국 과학원 미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 발생 원인을 연구했다면,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인간 영양 연구소(Human Nutrition Research Center) 다니엘 르메이(Danielle Lemay) 박사 연구진은 장내 세균의 항생제 내성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29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면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적어도 8~10g의 수용성 섬유소가 함유된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장내 항생제 내성균이 더 적고, 건전한 장내 세균은 오히려 풍부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아 체내 분해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폴리덱스트로스, 구아검, 알긴산, 펙틴 등과 같은 성분이 대표적인 수용성 식이섬유이며, 이와 같은 성분들은 △보리, 귀리 등 곡물 △감귤류, 사과, 바나나 등의 과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등의 음식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한편, 항생제를 내성 없이 복용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에 맞게 복용하고, 처방일수에 맞게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닥 복약상담 김정은 약사는 “질병으로 인한 증상은 완화되었더라도 균은 모두 죽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임의로 복용을 줄이거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게 되는 경우 항생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라며 처방 일자와 용법에 맞게 끝까지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축산물이나 수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항생제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우리 몸에 항생제 내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식재료를 고를 때는 가능한 무항생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 = 하이닥 복약상담 김정은 (약사)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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