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가 쏘아올린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법정드라마 같았던 7년
전·현직 법관 총 14명 기소…유죄 판결 2명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법원이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1차 판단이 내려졌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무려 6년 11개월 만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으로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대내외적으로 비판 세력을 탄압했으며 부당한 방법으로 조직을 보호했다고 보고 지난 2019년 2월 그를 47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태는 이탄희 전 판사로부터 시작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탄희 전 판사는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견제 지시를 받고 이를 거부한 뒤 사표를 냈다.
이후 법원행정처가 이 전 판사의 발령을 취소했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2017년 3월 언론을 통해 발령 취소의 배경에 법관 블랙리스트가 있었음이 알려지며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대법원은 그해 4월부터 진상조사위와 추가조사위, 특별조사단을 꾸려 2018년 5월까지 조사를 이어갔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으로 바뀌었고,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법행정권이 광범위하게 남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새로운 증거가 제시될수록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며 '사법농단'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2018년 6월부터는 검찰이 수사의 키를 잡으며 본격적 수사를 진행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수사를 총괄한 것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전 중앙지검 3차장검사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조사자료 및 인사자료 제출을 제때 받지 못하고,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영장도 줄 기각되며 난항을 겪었다.
수사 4개월 만인 2018년 10월27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행동대장' 격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받으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첫 구속에 성공한다.
이듬해 1월 11일에는 전직 사법부 수장 최초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은 검찰은 11월 24일 양 전 대법원을 구속하고, 2월에는 4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은 2019년 5월 첫 공판 이후 결심 공판까지 약 290번(공판준비기일 포함)의 재판을 진행했다. 그동안 검찰이 법정에서 직접 신문하겠다며 신청한 증인만 211명에 달한다.
2019년 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정기로, 2020년 1월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폐암 수술로 재판이 멈췄다. 2021년 4월에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자 피고인들은 재판 갱신 과정을 요청해 그간의 증인신문 녹음 파일을 7개월간 재방송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소된 전·현직 법관 총 14명 중 6명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핵심은 '재판개입(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앞선 6명의 재판에서 이들에게는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 자체가 없으므로 남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2021년 10월 대법원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무죄를 확정하며 이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한다.
이어 법관들에 대한 수사를 막고자 했던 신광렬, 성창호, 조의연 전 부장판사도 2021년 11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도 무죄를 받았다.
재판 개입 혐의를 받았던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또한 2022년 4월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현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14명 중 2명뿐이다. 통진당 재판 개입 등 혐의를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은 각각 벌금 1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임종헌 전 차장의 재판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2019년 1월 변호인단 전원 사임, 2021년 법관 기피신청 등으로 지연되면서 5년째 진행 중이다. 선고는 오는 2월5일로 예정돼 있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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