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장학금” “무료 현장학습”…호객 행위인줄 알았더니 학생 유치?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1. 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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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양초 등 부지 사용 고민
교육청-서울시 논의 지지부진
조희연은 ‘도시형 캠퍼스’ 추진
지방서는 동물보호·드론센터 등
‘학생 유치전’ 나선 경기 초교들
통학 버스·장학금까지 내걸기도
서울 성동구 성수공고 [사진 = 연합뉴스]
교문을 닫는 것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학생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폐교가 된 이후에는 그 부지의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과 서울까지도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각 학교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도봉고등학교와 성수공업고등학교, 덕수고까지 3곳이 문을 닫는 서울은 항상 땅이 모자란 곳인 만큼 폐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우선 덕수고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이 부지를 가칭 ‘서울 통합온라인 학교’로 활용할 계획이다. 각 지역마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교를 마련하는 정책에 따른 것으로, 온라인 전용 강의실 30개, 온오프라인 겸용 교실 10개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성수공업고등학교 부지에는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가칭 ‘성진학교’와 AI융합진로직업교육원을 설립할 계획이고, 도봉고등학교 건물은 인근 도봉초와 특수학교인 도솔학교가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나눠쓰기로 했다.

확실한 용처를 찾지 못하면 중구난방으로 쓰이거나 자칫 지역 흉물이 될 우려도 있다. 앞서 작년 폐교한 화양초등학교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1년째 주차장으로서의 용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뿐이다. 4년 전 문을 닫은 강서구의 염강초등학교는 서울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가 원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동안 임시로 쓰다가 현재는 탈북 청소년 중·고등학교인 여명학교가 2026년까지 쓰기로 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시설로 재정비하는 것 외에는 주민편의시설로 쓸 수도 있고, 민간 매각 등은 마지막에 고려해야 한다”며 “행정적으로 개발을 제한할 수 있는 도시관리계획 조례 등이 있다보니 민간보다는 공적인 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무수히 벌어질 예정이기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는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학교를 활용해 인근 과밀학교 학생을 분산시키는 게 골자다. 서울에 학교를 새로 세우거나 없앨 때 과정과 조건이 까다로운데, 과밀학교의 캠퍼스(분교)로 활용하면 ‘폐교의 생존’과 ‘과밀학급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지방의 경우는 폐교를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경북 고령군은 지난달 폐교된 개진면 직동초 부속 건물에 드론 방제, 교육, 경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론센터를 준공했다. 지난 2012년 문을 닫은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초 용호분교는 작년 9월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로 재단장해 최대 120마리의 고양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됐다. 각 지역의 상황에 맞춰 운영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기도 안성시 산평초등학교의 홍보전단지 [사진 = 산평초]
수도 서울에 가까운 지역이면서도 농촌의 비중도 높은 도농복합도시가 많은 경기도는 폐교가 더 잦은 곳으로 최근에는 초등학교들이 신입생 유치 경쟁을 뜨겁게 벌이며 주목을 받는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 자리한 대서초등학교는 입학생에게 주던 장학금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며 지난해 4명이었던 신입생을 올해 7명까지 늘렸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의 산평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부터 복식 학급(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급)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며 입학 장학금 10만원을 주고 매년 제주도 수학여행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교직원들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홍보 전단지를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 아파트까지 돌리면서 원래 한자릿수에 그치던 입학생을 지난해 12명까지 늘렸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각 초등학교들이 조기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는 바람에 형은 A초등학교, 동생은 B초등학교로 미리 약속을 하는 광경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양주, 김포, 여주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학구제를 통해 특정 지역을 복수 학교의 통학구역으로 정해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접 2개 학년 학생 수가 8명 이하일 경우는 복식학급을 편성해야 하고, 이를 통해 총 학급수가 6개 미만으로 줄어들면 교감도 배치되지 않아 그만큼 남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학생 모집 성과에 따라 교직원들의 워라밸이 영향받는 셈이다.

이처럼 학교들이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 학생들을 위한 통학 버스는 이제 경기도에서 흔한 모습이 되었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내 초등학교 1147개교의 평균 통학거리는 860m로 나타났고, 평균 통학거리가 1㎞를 초과하는 학교도 28.1%(322개교)에 달했다. 도보보다는 부모 자동차로 등교하거나 통학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학교들이 언제까지 입학생을 유치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해마다 몇만명씩 큰폭으로 줄고 있다. 경기도 역시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 취학 대상자가 10만 8104명에 그치며 최초로 10만명대로 떨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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