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인텔 실적 전망…AI 성과, 언제쯤 가시화될까[오미주]
인텔이 25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반도체주 전반에 암운을 드리웠다.
인텔은 이날 장 마감 후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로 조정 주당순이익(EPS) 13센트와 매출액 122억~132억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조정 EPS 34센트와 매출액 143억달러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는 콘퍼런스 콜에서 "핵심 제품 사업이 통상 1분기의 계절적 추세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모빌아이와 PSG(프로그래머블 솔루션 그룹)에서의 상당한 재고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아이는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이다.
또 "우리의 전통적인 패키징 사업에서 구매가 가속화하고 웨이퍼 장비 구매에서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임에 따라 파운드리 서비스 부문의 매출액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텔은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9% 급락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하락세가 26일 정규거래 때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2021년 10월22일 11.7%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 된다.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애런 레이커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경쟁사들이 현재 진행 중인 AI(인공지능) 서버에 대한 자본 지출 확대 사이클에서 수익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인텔은 언제쯤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화된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 발표 이후 인텔 주식에 대한 매도세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현재 AI 칩 수요가 가장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분야로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사실상 지배해왔다.
이에 대해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AI 칩인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텔이 서버용 GPU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MD가 올해 데이터센터용 GPU인 MI300 시리즈로 수십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상반된다.
인텔도 데이터센터용 GPU인 가우디를 개발했지만 AMD의 MI300과 달리 가우디를 채택하겠다는 협약을 어떠한 기업과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업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AI 칩을 탑재한 PC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PC 반도체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한 인텔의 수혜가 기대된다.
다만 PC용 AI 칩시장에서도 인텔이 유일한 플레이어는 아니다. AMD와 퀄컴도 AI 가속기가 통합된 우수한 PC용 AI 칩을 보유하고 있으며 멤리X(MemryX) 같은 스타트업은 애드온(add-on) AI 칩을 내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형성될 PC용 AI 칩 시장에서 인텔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에 인텔이 "아직 부각되지 않은 AI 기회"를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예상을 크게 밑도는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인텔이 AI시장에서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음을 보여줬다.
마켓워치는 인텔의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인텔의 AI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로페즈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마벨 로페즈는 인텔의 AI 스토리는 올 3분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론은 인텔의 강점이자 인텔이 이길 수 있는 분야"라며 "이건 장기적인 게임일 뿐"이라고 말해 인텔의 AI 사업을 낙관했다.
반면 딥워터 자산관리의 경영 파트너인 진 먼스터는 인텔의 실적 발표 후 CNBC와 인터뷰에서 인텔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AI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텔 외에) AI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더 좋은 기업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써드 브릿지의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텔의 신제품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출시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신제품 출시를 느리게 만드는 병목현상의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처럼 느린 신제품 출시 속도에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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