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 것 같아요" 일본서 돌아온 'KIA 막내' 김도영 한마디, '큰 형' 최형우 마음에 쏙 들었다

김동윤 기자 2024. 1. 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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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김도영. /사진=김동윤 기자
"눈빛이 달라졌더라고요. 이제는 믿어볼 만한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의 '큰 형' 최형우(42)는 야수조 '막내' 김도영(21)이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돌아와 남긴 한 마디가 마음에 쏙 들었다.

KBO리그에서 최형우는 자기관리와 대기만성의 대명사로 꼽힌다. 2008년 만 25세의 나이에 주전으로 발돋움한 후 2021년 희귀성 안구 질환. 지난해 쇄골 골절을 제외하면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튼튼한 신체와 뛰어난 자기관리는 최형우가 늦은 나이에 1군 붙박이가 됐음에도 통산 2루타 1위(490개), 타점 1위(1542개), 안타 3위(2323개), 홈런 5위(373개) 등 KBO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이유가 됐다.

최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최형우는 롱런의 비결로 "건강을 위한 루틴은 따로 없다.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타고났다. 그저 잘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신체도 재능이라지만,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십수 년을 정상급 활약을 할 수 없다. 이번 겨울 함께 오전에 나와 훈련하는 동료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출근해 땀을 흘리는 선수가 최형우였다. 그런 최형우였기에 KIA는 2016년 만 33세의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으로부터 데려왔고, 2020년 겨울 만 37세의 그와 3년 최대 총액 47억 원의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FA가 아닌 연봉 재계약 대상자임에도 만 41세의 그에게 계약기간 1+1년에 연봉 20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 22억 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안겨줬다.

역대급 롱런으로 선수들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고 있는 최형우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자기 관리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최형우는 "음식이나 잠도 다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랑 다르게 매일 같이 몇 개월을 한다. 하루 경기 결과에 너무 신경을 쓰면 다음 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루에 홈런 3개를 치든 4타수 무안타를 하든 털어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물론 이게 처음에는 쉽지 않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고 성장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답했다.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3차전 2회말 1사 1,3루에서 적시타를 친 후 손뼉을 치고 있다./사진=뉴스1

김도영은 그런 수많은 후배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후배였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에서 보이듯 누가 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데 매년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데뷔 첫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으로 프로 무대 적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 데뷔 2년 차인 지난해에는 개막 2경기 만에 왼쪽 중족골 부상으로 3개월을 쉬었다.

그래도 역대급 재능이란 평가에 걸맞게 84경기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72득점 25도루, 출루율 0.371 장타율 0.453으로 정규시즌을 마치면서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김도영의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첫 태극마크를 단 2023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일본과 결승전 도중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왼손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결국 최형우도 답답한 마음에 귀국한 김도영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최형우는 "많은 후배가 내게 (롱런의 비결을) 물어보는데 그냥 생각나는 건 (김)도영이다. 도영이가 일본에서 다치고 돌아왔을 때 '넌 데뷔한 지 2년밖에 안된 애가 벌써 세 번이나 크게 다치면 어떡하냐'고 했다. 나도 아쉬워서 한 소리"라고 전했다.

롱런의 대명사가 진단한 김도영의 잦은 부상 원인은 지나친 성실함과 의욕이었다. 최형우는 "(김)도영이는 단순히 '열심히'를 넘어 너무 말도 안 되게 열심히 해서 걱정이 되는 수준이었다"며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인정받을 텐데 훈련이든 플레이든 의욕이 강했다"고 짚었다.

칭찬이 아니었다. 최형우는 "그러면 무조건 다친다. 아무리 신적인 야구 선수도 매년 10경기, 20경기씩 다쳐서 못 나오면 나중에 인정받기 어렵다. 2할 8푼, 2할 9푼의 타율을 기록하더라도 140경기 이상을 뛰어주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도 팀에도 가장 좋다"며 "물론 그 나이대에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도 20대 때는 그랬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또 자기 몸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다룬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도영(왼쪽)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결승전 10회초 무사 1, 2루에서 유격수 땅볼에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시도하다 부상을 당했다. 이진영 코치(가운데)가 급하게 트레이너를 부르고 있다.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주위에서 아무리 말해도 본인이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도영은 2023 APBC 대회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선배의 말을 체감했다. 최형우는 "다행인 건 (김)도영이도 일본에 다녀와서는 '이제야 선배 말씀 알 것 같다'고 하더라. '이제는 적당히 열심히 하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보겠다'고 했다"고 껄껄 웃으면서 "그 말이 신뢰가 가는 게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알겠습니다' 해놓고 그라운드에 나가면 또 의욕 넘치는 플레이를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아닌 것 같다. 도영이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시간 뒤 최형우의 말을 전해 들은 김도영은 "본능적으로 나온 슬라이딩이었다. 다칠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안 할 것 같다"며 "(최)형우 선배님이 누구든 다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그래서 일본에서 돌아온 내게 '조금 아쉽다'는 눈빛으로 많이 바라보셨다. 그럴수록 더 자신 있게 선배님께 '절대 다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느끼는 것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프로 선수가 되는구나 싶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다행히 김도영의 재활 과정은 순조롭다. 수술 후 4개월 결장이 예상돼 시범경기 출전도 불투명하지만, 최근에는 기술 훈련도 시작했다. 오전에 기술 훈련과 보강 훈련, 오후에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새해 첫날에는 광주 인근의 절에서 새해 소원을 적는 종이에 '건강'이란 단어를 가득 채웠다.

김도영은 "엄마와 누나랑 산책을 갔는데 새해 소원을 적는 종이가 있었다. 무엇을 쓸까 하다가 '일단 다치지 말자' 생각하고 건강만 썼던 것 같다"며 "오로지 풀타임만 생각하고 있다. 144경기 전 경기 출장은 아니라도 규정 타석은 꼭 소화하고 싶다. 그러면서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 그리고 많은 도루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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