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진의 카타르 체크인]② 적어도 그들에게 '포기'는 없었다
[마이데일리 = 알 와크라(카타르) 최병진 기자] 2024년 1월 25일 3일차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에 펼쳐졌다. 이를 위해 오전 10시 20분에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알 와크라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말레이시아전은 경기 전부터 여러 상황으로 관심도가 높았다. 한국의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한국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의 대결 구도는 꽤 흥미로웠다.
또한 16강 대진도 관전 포인트였다. 말레이시아전 결과에 따라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을 16강에서 만날 수도 있었기에 한국 팬들의 시선이 모두 이날 경기를 향했다.
도착 후 식사와 함께 이런저런 일을 마친 후 경기 시작 약 두 시간 전에 경기장 외부를 한 바퀴 돌았다. 이색적인 현장이 있을 경우 기사에 담기 위한 과정이다.
결과에 대한 예고였을까. 말레이시아 팬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특유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말레이시아 팬들이 경기장 곳곳에 가득했다. 이미 2패를 당하면서 16강 탈락이 확정된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 말레이시아 팬은 “이전 결과는 아쉽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모습 속에서 ‘재미’만을 느꼈다. 일종의 축제인 아시안컵을 즐기는 모습에 흐뭇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후 이러한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말레이시아 팬들의 열정은 더욱 불타올랐다. 말레이시아가 후반전에 순식간에 두 골을 터트리며 역전을 했을 때의 분위기는 마치 카타르가 아닌 말레이시아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었다.
한계가 보이는 듯했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한국의 역전을 만들어냈다. 추가시간에 나온 역전골이었기에 말레이시아의 투쟁에 박수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졌잘싸’도 거부했다. 끝내 극적인 동점골로 한국에게 패배와 같은 충격을 선사했다.
경기가 끝난 후 말레이시아 팬들의 응원은 계속됐고 말레이시아 선수단도 팬들의 응원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목격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김판곤 감독과 말레이시아 선수들 그리고 팬들까지, 그들은 ‘즐거움’만으로 대회를 끝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기자 본인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축구에서의 ‘한 경기’가 줄 수 있는 의미의 최대치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운다.
한국과의 경기 전 김판곤 감독의 한 마디가 강렬하게 머리에 남는다.
"왜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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