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세 둔화, 가격인하 전쟁…'한파' 덮친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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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만 해도 장밋빛 일색이던 전기차시장 전망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에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겹친 여파라고 했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수요를 둔화시키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미 낮은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있어 파산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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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 격화에 판매 부진
車 가격 내리며 수익성 악화
테슬라, 올 목표 제시도 안해
GM·포드 등 다른 업체도
'긴 호흡' 모드로 속도조절
“전기차는 절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넘을 수 없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가격 인하에만 급급한 ‘바닥으로의 경쟁’이 계속되면 전기차산업 전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
몇 개월 전만 해도 장밋빛 일색이던 전기차시장 전망이 꽁꽁 얼어붙었다. 가격을 내려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아서다. “지구상 10억 명이 전기 없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전기차가 압도적인 미래가 되겠는가”란 도요다 회장의 최근 발언이 현실이 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 시총 하루 새 107조원 증발
‘전기차 위기론’에 불을 붙인 곳은 전기차 그 자체인 테슬라였다. 지난 24일 실적 발표회에서 내놓은 올해 시장 전망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4분기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어닝 미스’를 기록한 테슬라는 올해 연간 인도량 목표조차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평균 판매 증가율을 50%로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올해 성장률은 2023년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에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겹친 여파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차 출시 일정과 가격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여파로 테슬라 시가총액은 25일(현지시간) 하루에만 800억달러(약 107조원) 증발했다. 안 그래도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익성 저하 우려에 불을 붙인 테슬라가 양적 성장마저 주춤하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것이다.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낀 건 테슬라뿐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내내 가격 인하 전쟁을 벌였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평균거래가격은 5만9400달러(약 7940만원)로 모든 차종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와 내연기관차보다 여전히 30% 이상 비싸다. 가격을 많이 내렸는데도 판매 증가세는 오히려 약해졌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31.5%로 전년(60%)의 반토막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보조금 축소와 불편한 충전 경험, 부족한 전기차 라인업 등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출혈경쟁 답이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드는 “올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며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감산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이 더 이상 전기차 출혈 경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수요를 둔화시키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미 낮은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있어 파산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익을 재투자하면서 지속 가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오로지 가격 경쟁에 치중한 ‘치킨 게임’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로즈타운모터스를 시작으로 패러데이퓨처, 피스커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긴 호흡’으로 전기차 전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가 현재 내연차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스텔란티스도 내연차와 전기차의 생산 비용이 비슷해지려면 최소 3~4년은 걸린다고 분석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환경 규제 때문에라도 전기차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전기차 경쟁력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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