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 ‘공포 과장’ 말고 현장 연착륙 힘써야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시행된다. 지난 2년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실시된 이 법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다수의 중소기업 준비가 미흡하다며 확대 적용을 2년 더 늦추는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25일 국회 합의가 불발되며 전면 시행에 이르렀다. 이로써 노동자 800만여 명이 일하는 전국 83만7000여 곳의 50인 미만(5~49명) 사업장이 추가로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대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박상우 국토교통부·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합동 브리핑에서 동네 음식점, 빵집 사장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며 수사 대상 급증과 영세업체 경영난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동네 자영업자를 실직자·범법자로 만들고 골목상권이 줄폐업하는 상황이 닥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주장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뿐이다. 2022년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 644명 중 숙박·음식점업 사망자는 0.7%(5명)에 그쳤다. 두 업종에서 생기는 사망 사고는 극히 적고, 있다면 문제가 큰 업주나 사업장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법규상 중소업체에 대기업 수준의 안전 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터라 비용 부담이 생겨 경영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도 과도하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대표가 기소된다고 해도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대혼란’ 운운하며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생존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에 필요한 지원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여당이 할 일은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 현장에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미비점을 보완하고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다. 추가 유예를 놓고 야당과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2022년 법 시행 당시 2년 유예기간을 뒀는데도 제대로 준비하지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 예방 주체와 처벌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우선 세워야 한다. 업종별 세부 지침을 마련해 안내할 필요가 있다. 안전관리 교육,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법 시행이 확정된 만큼 안전보건체계 구축과 지원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임을 인식하고 명확한 실행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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