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먼저 움직인 한화, 대전에서 '세계 최초 1군 로봇 심판' ABS 첫 시연 "2cm 차이 크다, 좌우 넓어졌다"

이상학 2024. 1.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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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연회가 열렸다. 한화 최재훈이 타석에서 볼을 확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연회가 열렸다. 한화 김인환이 타석에서 볼을 확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KBO가 새 시즌 전격 도입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가 대전에서 첫 시연을 펼쳤다. 한화 이글스가 한 발 먼저 움직여 ‘로봇 심판’ 예행 연습을 하고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한화와 KBO는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 이른바 ‘로봇 심판’ 시연회를 가졌다. 한화 구단 운영팀이 지난달 중순부터 KBO에 요청을 했고,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군 홈구장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 

KBO 심판들과 관계자, 대행 업체 직원들이 테스트를 진행한 가운데 최원호 감독을 비롯한 한화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 최고참 김강민 포함 20여명의 선수들이 ABS를 체크했다. 

KBO가 세계 최초로 1군 경기에 도입한 ABS는 1루와 3루, 외야 중앙 쪽에 설치된 카메라 3대가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타자별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한다. 상하단 높이는 각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어 카메라가 투수 공의 궤적을 추적해 실시간으로 위치값을 전송하면 기계가 볼 판정을 한다. 그 결과를 이어폰으로 전달받은 주심이 수신호와 콜로 선수들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KBO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운영했고, 4년간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 고도화를 이뤘다.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이 딜레이 없이 실시간으로 보완됐고, 장비 문제로 인한 기계적 오류도 거의 줄었다. 이에 KBO가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1군 경기 ABS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 11일 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25일에는 ABS 세부 운영 규정도 발표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시험 운영할 때 “양쪽 사이드가 너무 좁다”는 현장 의견이 많았는데 ABS 좌우 기준을 홈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 적용키로 했다. 급격한 존 변화에 따른 현장 혼란, 볼넷 남발에 따른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과 유사한 존을 구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하며 양 사이드를 2.5cm씩 확대해 조정한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OSEN=민경훈 기자] 허구연 KBO 총재가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0.24 / rumi@osen.co.kr

이날 시연회는 이 같은 설정값을 새로 적용한 첫 테스트 무대였다. 비활동기간 각자 개인 운동 중인 한화 선수들도 이날 시연회를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장에 모였다. 김강민과 이명기도 인천에서 내려오는 등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왔다. 타자로는 최재훈, 정은원, 김인환, 이도윤, 김태연, 박상언, 최인호, 문현빈 등이 타석에 들어섰고, 투수 장민재가 마운드 앞에서 공을 던지며 존을 확인했다. 포수 박상언은 홈플레이트에 앉아 공을 받기도 했다. 김강민, 이명기, 안치홍 등 베테랑들은 배팅 케이지 뒤쪽에서 눈으로 체크하며 선수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장민재는 “어디까지 스트라이크를 잡아주고, 볼인지 알고 싶어 직접 던져봤다. 좌우 사이드가 전보다 넓어진 느낌이다. 존에만 걸치면 스트라이크가 된다. 잘만 활용하면 투수에게 유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언은 “높은 쪽을 많이 잡아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위쪽은 작년보다 좁아진 느낌이다. 반면 사이드가 조금 더 넓어졌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플랜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소속으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상무와 연습경기 때 ABS를 처음 경험했던 문현빈은 “그때는 좌우가 엄청 좁고, 상하가 넓은 느낌이었다. 오늘 해보니 그 반대가 된 것 같다. 좌우를 2cm씩 넓힌다고 했는데 그 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며 “볼을 줄만 한데 스트라이크가 된 공도 있었다. 하지만 완전하게 빠졌다 싶은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진 않았다. 적응하면 크게 혼동이 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연회가 열렸다. 한화 최인호가 타석에서 볼을 확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연회가 열렸다. KBO 유덕형 심판이 수신기로 볼 판정을 확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전반적으로 사이드가 넓어지고, 높은 공을 생각보다 많이 잡아주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ABS로 존이 크게 좁아진다는 이야기가 워낙 많이 나와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노멀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투수에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좌우 확대로 인해 투타 유불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존 심판들이 잘 잡아주지 않던 스트라이크존 사각형 꼭짓점에 걸친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게 체감돼 제구가 좋은 투수라면 이를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자별 키와 자세에 따라 존이 적용됐는데 정확성이 담보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은 모습. 새로 적용한 시스템을 1군 구장에서 처음으로 점검한 KBO도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한화는 이날 시연회를 통해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 선수들이 직접 새로운 설정값의 ABS를 경험했고, 이에 대비한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로 듣기만 하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구단 공식 채널 이글스TV를 운영 중인 디지털마케팅팀도 이날 촬영한 ABS 판정 영상을 선수들에게 제공한다. 선수들은 이를 바탕으로 각자 캠프에서 필요한 훈련을 소화하며 ABS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화는 올해부터 15인치에서 18인치로 크기가 확대된 새로운 베이스도 빠르게 구입, 내달 1일 시작되는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게 세팅을 했다. 새로운 규정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인 한화가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waw@osen.co.kr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연회가 열렸다. 한화 최원호 감독,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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