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대 84 … 비례제 해법 놓고 둘로 쪼개진 민주당
"준연동형 유지·비례연합"
의견 표명 안한 의원 84명
'병립형 회귀' 암묵적 동조
이재명 물밑서 의견 수렴
국힘은 비례정당 창당 착수
당명 '국민의미래' 유력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반으로 갈라졌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자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나뉜 상태다.
민주당 의원 80명은 2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惡手) 중 악수"라며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회견에는 이탄희·김두관·김상희·강민정·이용선·이학영·민병덕 의원 등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를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면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 대연합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진보계열 소수 정당들은 비례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만약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포기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힘들기 때문에 지역구에 대거 후보자를 내게 된다. 이들 80명은 오는 4월 총선에 신당까지 새롭게 뛰어드는 상황에서 진보진영 분열에 따라 접전 지역에서 표가 갈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164명인 민주당 의원 중 이날 발표에 동참하지 않은 84명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거나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문 발표 중에 명단에 넣어달라는 의원과 빼달라는 의원이 각각 나올 정도로 당내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김정호 의원은 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에 참여 의사를 알려와 명단에 포함됐고, 최기상 의원은 명단이 발표된 이후 삭제를 요청해 빠지기도 했다.
다만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비이재명계(비명계)'의 대립 양상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준영동형 비례제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 중 비명계가 상당수이지만 친명계로 분류되는 강민정·김의겸·민병덕·민형배·안민석·양이원영·우원식·유정주 의원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명단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권역별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고, 당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경우도 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되 권역별로 나누는 방식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충청권 재선 의원은 "제도라는 것은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제 의사를 표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결정에 일임하겠다"고 전했다.
원내 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견이 팽팽한 상태라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결정을 미루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 전례를 보니 외국 유권자들이 등록하는 오는 2월 20일쯤이 나름대로 데드라인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2월 초에는 결정이 나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키를 쥔 이 대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권역별 비례제 도입, 지역구·비례대표 이중등록 허용, 소수 정당 의석 보장 등 여러 방안을 테이블에 올린 뒤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박주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비공식 간담회 등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2016년 총선과 같은 방식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되 권역별 구분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도 준연동형 유지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부터 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발기인 모집 절차를 시작했다. 당직자를 중심으로 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당명은 '국민의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동철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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