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제공" "장학금 100만원"… 홍보전단 돌리는 경기도 초교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4. 1.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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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 자리한 대서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 7명을 받았다.

관악기 특화 학교인 대서초는 재학생들의 관악기 구입에 100만원 상당을 지원해왔으나 입학생을 유치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악기 구입 지원금을 5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입학 장학금을 늘렸다.

경기도 역시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 취학 대상자가 10만8104명에 그치며 최초로 10만명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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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유치에 안간힘
도농 복합도시 많은 경기도
초등 입학생 10만명도 위태
"인근에 아파트라도 생기면
초등교장들이 제일 기뻐해"
양주·여주 등에선 공동학구
학생들의 학교 선택도 허용

◆ 학교가 사라진다 ◆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 자리한 대서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 7명을 받았다. 지난해 4명에 비하면 1.75배나 늘었다. 4명은 관내에 사는 학생이고 나머지 3명은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넘어왔다. 동문회의 도움을 받아 입학생에게 주던 장학금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 덕분이다.

올해부터는 학생 유치를 위해 통학버스도 운행한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소재 산평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부터 복식 학급(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입생에게 장학금 10만원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년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교직원들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홍보 전단지를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 아파트에까지 돌리면서 원래 한 자릿수에 그쳤던 입학생을 지난해 12명까지 늘렸다.

저출생 여파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등학교들이 눈물겨운 생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통학버스가 일일이 학생 집 주변까지 찾아가고 아파트단지에 입학 전단지를 돌리는가 하면 장학금까지 동원한다.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초등학교일수록 학생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하다. 특히 도농 복합도시 비중이 높은 경기도는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보중 대서초 교장은 "우리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지방 초등학교들은 다 비슷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관악기 특화 학교인 대서초는 재학생들의 관악기 구입에 100만원 상당을 지원해왔으나 입학생을 유치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악기 구입 지원금을 5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입학 장학금을 늘렸다. 최 교장은 "내년에 개교 70주년을 맞이하는데 분교가 될 수는 없다며 동문회에서 적극 지원해줘 가능했다"고 전했다.

학생 모집이 어렵다 보니 인근에 아파트라도 하나 생기면 초등학교 교장이 가장 기뻐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긴 지 오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초등학교들이 조기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는 바람에 형은 A초등학교, 동생은 B초등학교로 미리 약속하는 광경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양주·김포·여주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학구제를 통해 특정 지역을 복수 학교 통학구역으로 정한 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접 2개 학년 학생 수가 8명 이하면 복식 학급을 편성해야 하고 전체 학급 수가 6개 미만으로 줄면 교감도 배치되지 않아 그만큼 남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학생 모집 성과에 따라 교직원 워라밸이 영향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학교들이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는 이제 경기도에서 흔한 모습이 됐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초등학교 1147곳의 통학 거리는 평균 860m로 나타났고, 1㎞를 초과하는 학교도 28.1%(322곳)에 달했다. 도보보다는 부모 자동차로 등교하거나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파주시는 아예 경기도 최초로 '파주형 학생 전용 통학 순환버스' 사업자를 선정하고 오는 3월부터 버스 총 10대를 투입해 운정신도시 내 16개 중·고교를 잇는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학교들이 언제까지 입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국 초등학생 수가 해마다 몇만 명씩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 취학 대상자가 10만8104명에 그치며 최초로 10만명대로 떨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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