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천지방법원 김귀옥 판사...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불처분 결정 회자
신임 인천지방법원장에 일명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 처분을 내린 김귀옥 의정부지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24기)가 임명됐다.
대법원은 26일 제33대 인천지방법원 원장으로 김귀옥 판사를 임명했다.
대구 출신인 신임 김 원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지난 1995년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수원지법, 서울지법, 서울가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을 거쳤다.
또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는데, 이때 16세 소녀에게 불처분 결정을 내린 사건은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김 부장판사는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양에게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 처분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A양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나는 이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등의 문장을 따라 외치게 했다.
A양은 김 부장판사가 시키는 데로 따라 외치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A양은 이에 앞서 14건의 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당시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무거운 형벌이 예상돼 있었지만, 판사가 불처분 결정을 한 것.
김 부장판사의 결정은 이유가 있었다. A양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어려운 가정 환경에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등 간호사를 꿈꾸던 밝은 학생이었는데, 귀가 길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참관인들에게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찾아줘야 한다”며 소녀를 향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너다. 이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해 재판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눈물로 범벅된 A양을 앞으로 불러세운 뒤 “마음 같아서는 꼭 안아주고 싶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 법대가 가로막아 이 정도 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구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 원장은 오는 2월 5일 부임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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