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2억 쑥 … GTX 발표만으로 평택 집값 급발진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1.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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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노선 모두 연장되는 평택
시장선 최고 호재 지역 꼽아
검단·천안·청라도 관심 커져
전문가 "GTX 만능호재 아냐
일자리 없으면 베드타운 그쳐"
GTX 요금·개통 시점도 변수

"오늘 두 팀이 보고 갔고, 주말에도 줄줄이 예약돼 있어요. 마피('마이너스피' 준말) 분양권은 다 나갔어요."(경기 평택시 공인중개업소 이 모씨)

지난 25일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B·C 노선 연장과 D·E·F 노선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지하철보다 3배 빠른 GTX는 서울과 서울 외 수도권의 심리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교통 혁명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는 '황금 GTX 노선'이 어디일지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TX는 집값을 올려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며 "주변 환경과 개통 시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5~26일 매일경제 유튜브 매부리TV가 정부의 GTX 발표 직후 구독자 479명을 대상으로 'GTX 발표로 가장 기대되는 지역'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44%)가 GTX 호재 지역으로 평택을 꼽았다. GTX-A와 C 두 노선이 연장되는 평택이 GTX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이 가장 기대된다고 답했다. 2위는 서울지하철 5호선이 연장되고 GTX 노선이 들어오는 인천 검단(21%), 3위는 GTX-C 노선 연장이 발표된 충남 천안(14%)이었다.

25일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의 관심 지역 순위에서도 평택이 도드라졌다. 지제동(1위), 세교동(5위), 동삭동(11위) 등 평택 주요 지역이 이용자가 많이 찾는 '인기 지역'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지제역 역세권 아파트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는 정부 발표 직후 매물 호가가 1억~2억원 넘게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115㎡는 지난해 10월 11억원에 거래됐는데, 정부 발표 직후 호가가 14억원까지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에도 집을 보겠다는 예약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은 GTX 노선 신설이 발표됐어도 잠잠하다. 검단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더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며 "현시점에서 GTX 관련 호재보다 부동산 시장 침체, 금리가 가격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GTX는 서울과 먼 지역일수록 효과가 크다. 교통 불모지에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되면서 입지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2020년 대한교통학회가 발표한 'GTX가 경기도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GTX로 인한 아파트 가격 변화율이 높은 경기도 지역으로 양주시·동두천시·남양주시가 꼽혔다. 광역버스나 지하철이 있는 수원 장안구와 영통구, 과천시는 GTX로 인한 아파트 가격 변화율이 낮았다. 이처럼 교통 인프라가 없는 외곽은 GTX가 생겼을 때 효과가 크다. 하지만 GTX가 들어선다고 무조건 집값이 뛸 것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GTX 호재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GTX 개통 지역에서 모두 집값이 뛸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풍부한데 GTX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며 "일자리가 없는데 GTX만 들어서면 베드타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위치한 동탄에서는 GTX 개통 기대감으로 역세권 아파트(동탄역 롯데캐슬)가 분양가 대비 3배 이상 올랐지만, 의정부 등 일자리가 부족한 경기 북부는 GTX 호재에도 가격 상승이 더디다.

개통 시기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부는 이날 GTX-D·E·F 노선 신설을 발표하면서 내년 5차 철도망 계획에 반영하고 2035년까지 개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GTX-A·B·C 노선도 최초 논의가 시작된 게 2009년이었다. 그 후 15년 만에 GTX-A 일부 노선(수서~동탄)이 오는 3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GTX 요금도 GTX 부동산 가치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다. 요금이 비싸면 GTX의 파급력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 왕복 기준 GTX 이용요금이 1만5000원이면 한 달(주 5회·한 달 20일 출근 가정 시) 교통비가 30만원에 달한다. 주거비를 아끼려고 경기도에 사는데 30만원을 교통비로 더 내야 한다면 경기도에 거주할 이유가 없다. 이를 의식해 정부도 GTX 교통비는 서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GTX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요금, 도시 계획 등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희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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