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바티칸 광장에 우뚝 선 한국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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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낯선 외국 공항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판을 만나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한국인 최초 사제인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조각상이 작년 9월 가톨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설치된 것이 큰 뉴스가 됐다.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가톨릭 성인(聖人) 중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성인상이 바티칸에 들어선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었다.
작년 9월에 한국의 또 다른 바티칸 진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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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베드로 대성전에 성상 설치
한국인 조각가 제작해 특별
최근 바티칸 성당 광장에는
삼성전자 전광판 새로 설치
가톨릭 심장서 韓 더 빛나길
요즘도 낯선 외국 공항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판을 만나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1980년대 중반, 고국을 떠나 독일 신학교에 머물게 된 지 보름쯤 지났을까. 한 독일 신부님이 한국 소식이라며 신문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홍수로 물에 잠긴 서울 시가지와 고무 대야를 구조선 삼아 대피하는 젖먹이 가족의 사진이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뻐근해졌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당시는 서울 올림픽도 열리기 전이었으니,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첫 인사 때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 꼭 추가 질문이 따랐다. 서툰 독일어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인 최초 사제인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조각상이 작년 9월 가톨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설치된 것이 큰 뉴스가 됐다.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가톨릭 성인(聖人) 중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성인상이 바티칸에 들어선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었다. 김대건 신부의 성상(聖像)이 자리한 곳은 특히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김대건 성인 주위로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도미니코 성인 등 전통 깊은 수도회 창설자 성인 성상들이 있다. 이곳에 한국 성인의 성상이 있는 것도 무척 이례적이다. 특히 외국의 기라성 같은 조각가들을 뒤로하고 한국의 조각가 한진섭(요셉) 작가가 성인상을 제작한 것도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성 김대건 상은 특히 갓과 도포 등 한국의 전통의상 차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 설치는 한국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돌을 기념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인상 봉헌과 함께 한국 조작가의 작업도 건의해서 성사되었다.
마지막 성인을 모실 이 공간이 수백 년 동안 비어 있었고, 이곳에 성 김대건 상이 모셔졌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이 모든 것은 사실 한국과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 9월에 한국의 또 다른 바티칸 진출이 있었다. 김대건 성인상 설치 소식 뒤로 밀려 조용하게 마무리된 삼성전자의 옥외전광판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동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는 2007년 설치된 일본 파나소닉 전광판이 있었다. 16년간 사용한 이 전광판이 낡고 해상도가 떨어져 교황청이 교체를 검토하던 차에 때마침 삼성전자와 연결되었다.
유흥식 추기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이다. 새로 설치된 삼성전자 옥외전광판은 화질이 선명하고 또렷해 교황청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삼성의 영문 로고는 가능한 한 작고 옅은 색으로 표시됐고, 현재 설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전광판을 제작할 수도 있었지만 교황청의 요청에 따라 전에 사용하던 파나소닉 전광판과 비슷한 크기로 제작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옥외전광판을 시작으로 바티칸 각 부서의 전자제품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의 바람이 어느새 바티칸 깊은 마당에까지 불고 있어요." 평소 유머를 즐기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석에서 유흥식 추기경에게 이렇게 농담하셨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바티칸과 전 세계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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