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부재’ 클린스만, 말레이시아전서 밑천 다 드러났다[도하NOW]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할 때부터 그의 전술적인 역량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많았다. 자국 대표팀을 이끌고 2006 월드컵 당시 3위를 했지만, 당시 그를 보좌했던 요하임 뢰브 코치가 실질적인 감독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로 뛰었던 필립 람은 자선전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전술 훈련이 많지 않았다. 체력 훈련 위주로 했다”고 직격탄을 쐈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뮌헨은 2008~2009시즌 볼프스부르크에 이은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고, 4-4-2 포메이션에 대한 집착과 전술 역량 부재를 지적받던 클린스만은 채 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을 때 그래도 기대했던 부분은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이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레전드 출신이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 대표팀 센터백 김민재도 그가 선수 시절 몸담았던 뮌헨 소속이다. 스타 선수들과 소통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전술적인 역량 부재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의 한국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뚜렷한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상대 박스 부근까지는 잘 올라가지만, 패스 게임을 통해 슈팅까지 연결되는 장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바레인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할지 알았지만, 2차전 요르단전 2-2 무승부,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에서도 3-3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 필드골은 바레인전 이후로는 한 골도 안 나왔다.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가 부족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비형 미드필더 고립, 중원 삭제 축구는 여전하다. 25일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3선에 기존 황인범(즈베즈다)에 이재성(마인츠)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들고나왔다. 박용우(알아인)가 빠지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 없이 3선이 꾸려졌다.
이재성은 주로 2선에 서면서 공격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다. 그만큼 말레이시아전 다득점 승리를 노린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박용우의 역할을 황인범이 대신했는데, 자주 고립되고 볼을 뺏기면서 후방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박용우가 이 자리에 설 때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똑같이 제기됐다. 결국 선수가 문제라기보다는 상황별로 선수들이 협력하면서 대응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주지 않은 감독의 탓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한국은 E조 2위에 오르면서 16강에서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게 됐다. 사우디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이변을 연출했던 팀이다. 이탈리아 대표팀, EPL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며 유로와 EPL 우승을 경험했던 전략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팀을 맡아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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