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스파르타 전지훈련 받을래요"
해외서도 노하우 관심 높아져
한 장소에서 모든 연습 가능
합숙하며 개별 맞춤형 지도
韓 스윙코치에 문의 쇄도
한국 지도자에게 골프를 배우고 한국식 전지훈련을 함께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이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많아지면서 K골프로 불리는 한국 골프의 위상이 높아졌다. 가장 먼저 관심이 집중된 사람은 임성재·김주형·고진영 등을 키워낸 한국 지도자다.
직접 레슨을 받아본 해외 선수들은 한국 특유의 맞춤형 지도법에 매료됐다. PGA 투어와 LPGA 투어, DP월드투어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몇몇 선수는 따로 시간을 내 한국을 방문할 정도다.
그다음은 전지훈련이다. 한국 선수들이 매년 겨울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만큼 많은 해외 선수가 한국식 전지훈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워 연습하기 어려운 12월부터 2월까지 전지훈련을 떠난다. 태국과 베트남,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전지훈련을 위해 많이 찾는 국가다. 기간은 천차만별이지만 4~6주가 가장 많다. 스윙 교정 등을 해야 하는 선수는 3개월 이상 전지훈련을 가기도 한다.
"전지훈련에서 흘린 땀의 양이 다음 시즌 성적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선수는 전지훈련에 진심이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합숙하면서 훈련하는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고진영 등을 지도하는 이시우 스윙코치의 전지훈련장에는 유독 눈에 띄는 프로골퍼가 있다. 2019년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이자 한때 남자골프 세계랭킹 38위까지 오른 아띠윗 쩬와타나논이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세계랭킹이 373위까지 떨어진 그는 부활을 위해 이 코치의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봐주는 건 없다. 쩬와타나논은 다른 선수들과 지내면서 주 6회씩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는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해외 국적 선수가 한국식 전지훈련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리디아 고와 고진영, 김주형처럼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싶어서다.
이 코치는 "코로나19 이후 전지훈련에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해외 선수가 많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선수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요청한다고 해서 모두 받아주는 건 아니다. 열외 없이 모든 훈련을 소화할 것을 약속한 선수만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18홀 라운드, 샷과 퍼트 연습, 웨이트트레이닝, 빈스윙 연습까지 하루를 꽉 채워 진행되는 한국식 전지훈련을 경험한 쩬와타나논은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지만 하루하루 발전하는 느낌이 든다. 경험해보니 한국 선수들이 매년 성장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고진영, 박현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배우는 것도 많다. 전지훈련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2024년을 최고의 한해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스윙코치와 이경훈 스윙코치 등 다른 지도자에게도 올해 전지훈련을 앞두고 해외 선수들 문의가 이어졌다. 김 코치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해외 지도자와 달리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한국식 지도 방법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선수가 많다"며 "한국식 전지훈련의 효과가 좋다는 점이 계속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과거와 다르게 트레이닝, 퍼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하는 것도 해외 선수의 인식이 달라진 이유 중 하나다.
유럽 국적의 한 선수는 "한 장소에서 모든 훈련이 가능한 건 한국식 전지훈련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와 트레이너 등의 수준이 높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내년에도 한국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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