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한국영화, 이젠 내실 키울때"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1.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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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평소보단 작품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근데 내가 여기 (배우로서) 쭉 있었고 나한테 그렇게 주인공 역할이 들어온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나를 주인공으로 놓고 쓰고 그런 걸 보면서 좀 씁쓸했다."

2022년 한국 배우 최초로 영화계 최고 권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큰 화제를 모은 배우 윤여정(76)은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길었던 배우 인생에서 새삼스럽게 쏟아진 러브콜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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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데이즈'로 돌아온 윤여정 배우
할리우드 러브콜 거절하고
4년 만에 한국작품에 복귀
김덕민 감독 인품 보고 선택
이번엔 세계적 건축가 역할
"제작비 수백억 영화 수두룩
무리한 홍보 마케팅보다는
차라리 내용에 돈 더 쓰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평소보단 작품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근데 내가 여기 (배우로서) 쭉 있었고 나한테 그렇게 주인공 역할이 들어온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나를 주인공으로 놓고 쓰고 그런 걸 보면서 좀 씁쓸했다."

2022년 한국 배우 최초로 영화계 최고 권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큰 화제를 모은 배우 윤여정(76)은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길었던 배우 인생에서 새삼스럽게 쏟아진 러브콜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흥행 배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에 그런 위험한 도전을 하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이 이렇게 간사한가 생각했다"며 "그런 건 다 무시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다음달 7일 개봉 예정인 영화 '도그데이즈'로 4년 만에 한국 작품으로 복귀해 관객들과 만난다. 그가 미국 할리우드 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출연 제의 가운데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오로지 김덕민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김 감독도 나도 아무것도 아닐 때 만나서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받았다. 김 감독이 나이도 많은데 19년을 조감독 생활을 했다더라"며 "김 감독의 인품을 보고 속으로 '덕민이가 입봉(감독으로서 데뷔)하면, 나를 필요로 한다면 해야겠다'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데뷔작인 '도그데이즈'는 반려견으로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윤여정은 은퇴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강단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모습의 조민서 역을 맡았다. 배우 유해진·김윤진·정성화·김서형·다니엘 헤니·탕준상·윤채나 등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영화 속 조민서는 당초 시나리오에선 '윤여정'이었다. 그는 "김 감독이 나를 염두에 두고 썼구나 싶었지만 이름은 바꾸자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한국 영화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윤여정은 "뭐 하나가 잘됐다고 하면 다 그런 걸 하고 한국 영화가 너무 몸집만 키우는 것 같아 이해가 잘 안 된다. 100억원 단위 제작비 같은 숫자가 너무 놀랍다"며 "요즘 영화들이 무리해서 마케팅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포장지나 다름없는 홍보 대신 차라리 내막에다 돈을 쓰고 내용을 알차게, 다르게 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윤여정은 특유의 입담을 보이기도 했다. '도그데이즈'와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소풍'에 대해 그는 "큰일 났네. 또 라이벌이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서로 다 잘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영화를 만들고 돈을 안 잃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그데이즈'를 직접 본 소감에 대해서도 "배우라 그런지 연기를 자꾸 보게 되는데 내 연기에는 '굉장히 상투적인 연기를 하셨구만' 그랬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앞으로도 흘러가는 대로, 죽는 날까지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다는 윤여정은 "김영옥(배우) 언니가 내 롤모델이다. 나보다 열 살 많은데 지금까지 연기 일 하는 게 대단하다고 느낀다"며 "내 일상은 배우이고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이제 아프거나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배우를 하다 죽으면 제일 잘살다 간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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