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아 마을버스’ 타보니...기사·승객 도란도란 “사랑방 같다”
“태릉시장 내릴라믄(내리려면) 어디서 내려?” “가만히 계셔요, 어르신. 내가 부축해 드릴게.”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 태릉시장 인근. 중랑01 노선을 운행하는 금창운수 소속 버스 운전기사 이모(60)씨가 정차된 초록색 스타리아 차량 뒷문을 열어주며 이같이 말했다. 남색 팔각모를 쓴 노인은 이씨의 부축을 받아 내리며, 이씨를 향해 “고맙다”고 했다.
이씨가 운행하는 9인승 스타리아는 엄연한 마을버스다. 최근 서울의 일부 운수 업체들이 재정난과 승객 수 감소 등으로 스타리아·스타렉스 등 소형 버스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씨도 이런 초소형 버스를 몰고 있는 것이다. 이씨가 운행하는 이 버스는 서울 중랑구 중화동과 동대문구 이문동 사이의 약 2km 거리를 운행한다. 지난 17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본지 기자가 실제 마을버스를 타보니, 기존 20인승 이상 마을버스·시내버스보다 기사와 중장년층 단골 승객들 간의 거리가 가까워 서로 간에 정서적 대화가 오가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날씨나 가족 이야기 같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승객들과 두런두런 나누며 운행한다”며 “큰 버스를 운행했으면 쉽지 않았을 일”이라고 했다. 실제 버스 내부에는 하차벨이 따로 없고, 승객 대부분이 단골 고객이어서 정류장이 아닌 곳도 하차한다고 한다. 이씨는 “승객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몇 시에 타러 오는지도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운영되는 성북05 마을버스도 2015년식 스타렉스로 운영된다. 조수석을 포함하면 총 8명이 탑승할 수 있다. 이 노선은 성북구 정릉2동 주민센터 종점 간 운행 시간이 10분 정도 되는 짧은 구간을 운영한다. 평균적으로 버스에 타는 승객은 1~2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노선이라고 한다.
지난 25일 이 버스에서 만난 승객 문모(64)씨는 “큰 버스를 타면 대화 한 번 나누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기사님이랑 가까이 앉으니 인사도 꼬박꼬박 드리고 가깝게 지낸다”며 “여기 주민들은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타고 다닌다”고 했다. 또다른 남성 승객 이모(80)씨는 “매일 하루에 두번씩 보는데 기사님이 식구랑 다를게 없다”며 웃었다. 성북05 버스 기사인 김영생(74)씨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객들이 원하는 위치에 내려주기도 한다”며 “‘정릉동 택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손님들 가족이나 친척들도 누군지 다 안다. 여기가 동네 사랑방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초소형 마을버스를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이 곳을 찾는 10대들도 있다. 지난 24일 중랑01 버스를 타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신이문역까지 왔다는 중학생 이승준(16)군은 “스타리아 버스가 생겼다고 들어서 궁금한 마음에 남양주에서 여기까지 타보러 왔다”라며 “성북05 스타렉스도 이전에 타본 적이 있는데, 한 번 타보니까 스타리아가 승차감이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김동규(17)군도 지난 25일 “스타리아 버스를 타보려고 금천구에서부터 왔다”며 “유튜브에 ‘중랑01′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글이 많이 쓰여 있어서 오늘 처음 와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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