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정치의 거짓말과 거짓말쟁이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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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진실성은 정치의 미덕에 해당한 적이 없고, 거짓말은 정치 사업에서 언제나 완벽하게 정당화되는 수단(해나 아렌트)"이고, "신의를 중요시하지 않고 교활한 지혜로 사람들 정신을 어지럽히는 군주가 외려 위대한 업적을 이루곤(니콜로 마키아벨리)"했다.
에코는 거짓말쟁이 정치가를 가리는 방법이 자기모순이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선거가 팩트체크를 통해 헛된 약속으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거짓말쟁이 정치가를 걸러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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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조만간 우리는 공적 약속(公約)으로 위장된 헛된 약속(空約)의 목록들을 받아볼 것이다. 한국정치학회에 따르면 지난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이 내세운 공약은 모두 1만4119개, 달성률은 18.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애초에 달성 불가능하거나 착수조차 되지 않았다.
'에코의 위대한 강연'(열린책들 펴냄)에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거짓을 말하는 것'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구분한다.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는 거짓을 말했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의 반대를 말하는 기술이다. 갈릴레오가 이단심문관 앞에서 한 고백처럼 말이다. 따라서 거짓을 말하는 일은 참 또는 진리와 관련이 있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윤리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거짓말을 다루는 건 쉽지 않다. 정치와 윤리의 분리는 근대 정치학의 기반이고, 거짓말은 정치 현상의 핵심 특징인 까닭이다. "진실성은 정치의 미덕에 해당한 적이 없고, 거짓말은 정치 사업에서 언제나 완벽하게 정당화되는 수단(해나 아렌트)"이고, "신의를 중요시하지 않고 교활한 지혜로 사람들 정신을 어지럽히는 군주가 외려 위대한 업적을 이루곤(니콜로 마키아벨리)"했다. 변화무쌍한 정치 현장에서 순진함은 자칫 파멸을 부를 뿐이다. 그렇다고 정치의 목적이 거짓말이 될 순 없다. 정치가 아무 때나 교활해져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상황 변화에 따라 처신을 달리하되, 올바른 방향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권한다. 공동체 전체를 위한 추구 없이 오직 권력만 탐하는 정치는 협잡과 다름없다. 신념을 지키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과 권력 획득을 위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르다. 에코는 거짓말쟁이 정치가를 가리는 방법이 자기모순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기억력이 짧다. 그는 말하는 순간마다 거짓말을 하고, 자기가 한 거짓말을 관대하게 잊어버리므로 잠시 후면 바로 자가당착에 빠진다(조너선 스위프트)." 거짓말이 신념화된 정치는 극도로 위험하다.
사실성을 침해하는 거짓말이 일상화하면 정치는 병들어 버린다. 정치의 신뢰도가 낮은 공동체는 분열이 심해지고 발전이 더뎌져 결국 몰락한다. '팩트체크'는 정치의 거짓말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필수 기술이다. 다가오는 선거가 팩트체크를 통해 헛된 약속으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거짓말쟁이 정치가를 걸러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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