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에도…미국서 세계 최초 ‘질소가스 사형’ 집행

정원식 기자 2024. 1. 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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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사형 선고받은 수감자에
인공호흡기 씌워 질소 공급해 처형
종교·인권 단체들 “헌법 위배” 비판
미국 앨라배마주 교정당국 관계자가 25일(현지시간) 케네스 유진 스미스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질소를 사용해 죄수를 질식시키는 방식의 사형이 집행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는 25일(현지시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에게 인공호흡기로 질소를 공급해 처형했다. 스미스 측 변호인은 질소에 의한 사형집행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미스에 대한 사형집행은 이날 오후 7시53분(미국 중부시간 기준)에 시작됐으며 오후 8시25분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국에 독극물 주입에 의한 사형 방식이 1982년 도입된 이후 독극물 주입 이외의 방식으로 사형된 죄수는 스미스가 처음이다.

질소 주입에 의한 사형은 사형수에게 인공호흡기를 씌운 뒤 질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NYT는 현장에 입회한 앨라배마 지역 언론 기자들을 인용해 스미스가 질소 공급을 시작한 후 몇 분 동안 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그는 최소 2분 동안 경련을 일으킨 뒤 몇 분 동안 호흡이 거칠어졌으며 이윽고 숨이 잦아들었다.

이날 사형집행은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속에 강행됐다. 스미스 측 변호인은 “스미스를 잔혹한 새 처형 수단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앨라배마주의 사형집행을 막아달라고 청구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를 기각했다.

다른 진보 성향 대법관 2명과 함께 반대 의견을 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앨라배마주가 스미스를 처음에 죽이지 못하자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새 처형 수단을 실험할 ‘기니피그’로 스미스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스미스는 애초 2022년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처형될 예정이었으나 당국이 스미스의 정맥을 찾는 데 몇 차례 실패하면서 집행이 미뤄졌다.

앨라배마주는 질소가스가 주입되면 스미스가 몇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은 “질소가스가 효과적이고 인간적인 처형 수단으로 이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미스를 상담해온 제프 후드 목사는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며 “우리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교정당국은 스미스의 경련은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반박했다.

종교 단체와 인권 단체 등 질소가스 주입에 의한 사형을 반대하는 이들은 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질소 질식사는 잔인한 처벌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황청과 연계된 가톨릭 자선단체 상테지디오는 “야만적이고 미개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질소가스 사형이 고문을 금지하는 인권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미스는 1988년 한 목사의 청탁을 받고 목사의 아내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목사는 아내의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사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시작되자 목숨을 끊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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