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콩H지수 ELS, 예견된 폭탄…책임은 누가?

고종민 2024. 1. 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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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막대한 손실 우려가 증권가의 폭탄으로 등장했다.

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 초부터 잇따라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확정 손실도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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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막대한 손실 우려가 증권가의 폭탄으로 등장했다.

기자수첩

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 초부터 잇따라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확정 손실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상반기 6조원 가량의 손실이 확정된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현장 검사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오랜 기간 증권업계를 취재해왔다.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홍콩H지수 ELS 손실과 불완전판매 이슈는 매번 반복됐다. 심지어 증권업계가 아닌 국회 취재를 담당할 때도 홍콩H지수 연계 상품이 문제였다. 물론 유가 등 가격의 급등락이 빈번한 기초자산과 연계한 상품들은 이 같은 문제에 자주 봉착한다.

매번 반복되는 위기를 지켜봐왔기에 주변에서 ELS상품에 대한 투자를 문의하면 무조건 말린다. 특히 홍콩H지수, 유가와 연동된 상품은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다. 2년에서 3년 가량의 텀을 두고 많은 자산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지만, 홍콩H지수는 대표적으로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이다. 개인적으론 손실 가능성이 아주 높은 구조라고 판단한다.

투자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구조의 상품 설계를 하면 안 된다. 이 같은 상품의 경우, 보통 기초자산이 가입 당시 대비 한번이라도 50∼60% 하락한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Knock-In)하거나, 만기 시점에서 50∼60% 하락한 상태이면 원금을 잃는 구조(No Knock-In)를 띈다.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대략 1만340∼1만2229 범위에서 움직였다.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현재 지수는 5000대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가운데 5468.71(25일 종가 기준)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아직 50%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손실 구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은행 내 판매액 15조9000억원)이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며, 올해 상반기(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에 만기가 집중됐다.

일각에선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당국도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ELS 상품 관련 TF팀을 꾸리고 지난 8일부터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했다. 불완전판매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거나 설계하는 담당자가 투자자들에게 완벽하게 리스크를 설명하고 납득을 시킬 수 있다면 문제없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고위험 투자자라도 대부분 ELS 상품 구조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완전판매 혐의를 가진 은행권도 문제지만 이를 설계한 증권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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