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코끼리 생태도 바꿨다…사바나 먹이사슬 '싹' 바꾼 개미

박건희 기자 2024. 1.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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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미들이 거대한 코끼리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사자의 사냥 성공률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제이콥 고힌 미국 와이오밍대 동물생태진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의 토종 아카시아 개미가 사라지면서 사바나초원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3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토종 아카시아 개미들은 나무 뿌리의 꿀을 빨아먹는 대신 아프리카 부시 코끼리의 공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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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아카시아 개미들이 유입종 큰머리 개미에 밀려 사라지면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 메레디스 팔머 제공

작은 개미들이 거대한 코끼리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사자의 사냥 성공률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제이콥 고힌 미국 와이오밍대 동물생태진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의 토종 아카시아 개미가 사라지면서 사바나초원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3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휘파람가시나무(학명 Vachelia drepanolobium)는 아프리카 동부 수만 킬로미터에 걸쳐 넓게 분포해 있다. 아프리카 부시 코끼리(학명 Loxodonta africana) 등 거대 초식동물의 주요 먹거리이지만 나무의 뿌리나 줄기에서 꿀을 빨아먹으며 서식하는 토종 아카시아 개미(학명 Crematogaster spp.)에게는 훌륭한 거처이기도 하다. 

토종 아카시아 개미들은 나무 뿌리의 꿀을 빨아먹는 대신 아프리카 부시 코끼리의 공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한다. 코끼리가 잎사귀를 따먹기 위해 접근하면 개미들은 무리를 지어 코끼리의 콧구멍으로 기어올라가 접근을 방해한다. 토종 아카시아 개미와 휘파람가시나무의 공생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0년대 초 큰머리 개미(학명 Pheidole megacephala)들이 인도양에서 아프리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공생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인간에 의해 케냐에 처음으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큰머리 개미들은 개미알을 먹어치우는 등 토종 아카시아 개미들을 공격했다. 토종 개미가 새로운 개미에 밀려 자취를 감추면서 휘파람가시나무는 코끼리에 대항할 방어 수단을 잃게 됐고 그 수가 점점 감소했다.

연구팀은 휘파람가시나무 개체수 감소가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사자의 사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얼룩말 등 사냥감에게 들키지 않고 사냥하기 위해 휘파람가시나무처럼 빽빽한 가시덤불 뒤에 몸을 숨기는 사자가 나무 수의 감소로 사냥에 어려움을 겪게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케냐 라이키피아 카운티에 있는 올 페제타 환경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암사자 6마리에 목걸이형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장착하고 이 사자들이 얼룩말을 어떻게 사냥하는지 3년에 걸쳐 추적했다. 토종 아카시아 개미와 큰머리 개미의 서식 여부에 따라 구역을 나눴다. 

그 결과 아프리카 부시 코끼리는 토종 아카시아 개미가 쫓겨난 휘파람가시나무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뜯어 쓰러뜨렸다. 가시덤불 개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사자의 매복도 어려워졌다. 반면 큰머리 개미가 없는 구역에선 사자가 숨을 수 있는 휘파람가시나무 덤불이 많았다. 이 구역에선 다른 구역보다 사냥 성공률이 3배 높았다.

사자의 개체수는 사냥의 성공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얼룩말 등 기존 먹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자 식단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사자들이 새 환경에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사자의 먹이 사냥에서 얼룩말이 차지하는 비율은 67%에 달했지만 17년 뒤인 2020년 재조사한 결과 42%로 떨어졌다. 

생태학자 메레디스 팔머 자연보호비영리기구 '파나·플로라 인터네셔널'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스냅샷"이라며 "마치 실 하나를 잡아 당기면 전체 생태계 시스템이 반응하는 것과 같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케이틀린 게이너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태학자는 "생태계는 상호작용하는 종이 많아 딱 한 가지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면서도 "서로 연결된 종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마치 도미노같은 연쇄 효과가 일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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