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피습에 "또 경찰·총리실 탓"한 민주…국힘 "본질 가리는 증오선동"

野 "이재명 피습 축소·왜곡수사 않고 중대 조치했다면 모방범죄 반복됐겠냐"
"대테러센터 '테러방지법상 테러' 결론 내고 엄정수사했으면 裵 테러도 막았다"
與 "뭐가 두려워 테러 본질 가리나…裵 쾌유 빈다는 논평에 '진심'이 안 보여"

지난 1월25일 오후 5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 입구에서 배현진(왼쪽 사진 중 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신원을 물으며 접근한 15세 피의자 A군에게 돌덩이로 후두부 등을 총 17차례 가격당했다. 오른쪽 사진은 피습 당시 배 의원의 외투에 묻은 혈흔.<배현진 국회의원실 제공 CCTV화면과 증거 사진 갈무리>

지난 1월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만난 취재진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흉기를 들고 지지자 행세를 하며 접근한 67세 김모씨로부터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연합뉴스 사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둔기 피습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정치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행태가 낳은 결과물"이라며 수사당국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까지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느닷없이 경찰 탓"이라며 증오의 정치를 확대재생산하는 정쟁 선동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정치테러(지난 2일 부산 가덕도 흉기 피습)로 쓰러진 지 3주 만에 끔찍한 참사가 또다시 일어났다"며 "백주대낮에 벌어진 야당대표 피습을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제대로 경각심을 줬다면 지금 같은 모방범죄가 반복될 수 있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 정치테러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태도 일관도 모자라 국무조정실 산하 대테러센터도 '테러방지법 상 테러'인지 결론을 아직도 내리지 않았다"며 "축소·왜곡 없이 엄정하게 수사했다면, 정부가 명확히 테러로 결론 내리고 중대범죄로 제대로 조치했다면 배 의원 테러는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경찰이) 피의자 신상, 당적, 변명문을 감추며 정치 테러범을 싸고도는 통에 이 같은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경찰은 지금이라도 정치테러범의 신상과 당적, 변명문 등을 공개하라"고 했다. 배 의원에 대한 쾌유 기원도 덧붙였다.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 대책위'는 이날 국회 차원의 '정치테러 대책특위'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테러·폭력을 보는 시각도 참 비뚤어졌다"며 "배 의원 사건을 두고도 느닷없이 경찰 탓이다. 사안을 똑바로 보는 게 어려운가 보다. 통상 본질을 가리고 싶을 때 그렇다. 두려운 게 뭔가. 이 대표 피습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또 한번의 정치테러가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틈을 비집고 '경찰의 소극적 수사' 운운하며, 이 추운 겨울에도 치안유지를 위해 애쓰는 경찰을 흠씬 두들겨 패고 있다"며 "어제(25일)는 단독으로 행안위를 열고선 (이 대표 피습 관련) 항간에 떠도는 음모론 질의에 나서기도 했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배 의원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시작해 쾌유를 빌며 끝낸 민주당의 논평 그 어디에도 '쾌유'의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구시화문(口是禍門), 입이 화를 부르는 문이라 했다. 차분히 현실을 좀 보라"고 촉구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부디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사건 정쟁화만은 멈춰달라"고 대응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배 의원이 무차별적 폭행을 당하는 모습에 국민 모두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도대체 무엇이 60대 남성(이 대표 습격범)부터 10대 청소년(배 의원 습격범)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했는지,또한 도대체 무엇이 정치테러를 둘러싼 여론의 분열을 불렀는지"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정치인에 대한 폭력·테러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당화할 수 없다. 이 대표, 배 의원에 대한 테러는 수사기관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나, 수사기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상대방 증오와 적개심으로 가득 찬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은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한다.

이어 "정치권은 이미 '재난의 정쟁화'로 국민들을 분열시킨 원죄가 있다. 이번 '테러의 정쟁화'만큼은 막아야 한다. 배 의원 테러가 이 대표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 탓이란 주장은 또 다른 정쟁의 불씨"라며 "모처럼 여야가 '정치 테러 배격'이라는 명제에 한목소리를 낸 만큼 부디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 정쟁화만은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