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된 양승태 “명쾌하게 판단 내린 재판부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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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이 기소 이후 4년 11개월, 1810일 만인 26일 마무리됐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부가 변경되자 공판 갱신 절차를 이유로 증인 진술과 증거서류 조사를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9월 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했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전원이 교체를 앞두고 있어 상고심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재판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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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일간 290차 공판, 증인만 211명
선고도 재판 만큼 장시간 진행돼 휴정
각종 재판개입 등 적용된 혐의만 47개
증인진술 녹취 재생에 7개월 소요되고
코로나19에 양 전 대법원장 폐암수술도
일각 ‘의도적 재판 지연 전략’이란 비판
확정 판결 나오려면 추가로 수년 소요
관련자 대부분 무죄로 뒤집기 어려울듯
‘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이 기소 이후 4년 11개월, 1810일 만인 26일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데 이어 구속 수감됐지만 ‘역대 최장기 재판’이라는 오명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고와 항고를 거쳐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의도적 재판 지연 의혹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선고 기일을 진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9년 2월 구속 기소된 후 5년 만에 열린 선고 공판은 최종 주문이 나올 때까지 4시간 넘게 진행됐다. 공소장에 적시된 47개 혐의 중 이날 재판부가 인정한 혐의는 일부에 불과했지만 혐의가 방대한 만큼 일반 재판과는 다르게 재판부가 중간에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이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 기소됐다. A4 용지 296쪽에 달하는 공소장에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등 각종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총 47개 범죄 사실이 적시됐다. 임기 내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 법관 재외공관 파견, 헌재 상대 위상 강화 등을 목적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재판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피고인과 검찰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그동안 “공소장은 한 편의 소설”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엄혹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주장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두고 전·현직 판사 등 법정에 선 증인만 211명에 달했고 이들이 재판부의 소환에 불응하거나 출석을 미루면서 재판은 점점 늘어졌다.
정기 인사 등으로 재판부가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부가 변경되자 공판 갱신 절차를 이유로 증인 진술과 증거서류 조사를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증인들의 진술 녹취 파일을 재생하는 데 7개월이 소요되기도 했다. 재판 초기 코로나19 확산세에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으면서 2개월가량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22일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기일을 연기하면서 또 한 해를 넘겨 5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법행정을 잘 아는 피고인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명수 코트(Court)’가 물러나고 사법부의 보수화 색채가 짙어질 때까지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했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전원이 교체를 앞두고 있어 상고심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재판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심 선고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추가로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전직 대법원장이 사상 초유의 재판 지연 사태를 재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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