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마을은?…재한 외국인 220만명인데 北 '남조선 타격' 될까
북한이 몇 달 내에 국지적인 대남 무력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북한 도발의 범위와 전면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군은 시간당 최대 1만6000발의 장사정포를 우리 수도권에 발사할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남 핵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까지 관영매체를 통해 내놓은 상태다.
이에 '전쟁 징후'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북한이 6·25전쟁 때처럼 기습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외교가와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내에 외국인이 대거 거주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각국의 남한 지원 명분을 키워주는 대남 타격에 나서기 어렵고 대남 타격을 실현하더라도 한미 동맹이 경고한 '북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동맹인 미국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이 설치한 공관이 한국 내에 즐비하고 국내 거주자 가운데 외국인 규모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 가운데 외국인 규모는 2022년12월 집계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만명 증가해 사상 최대인 226만명(국내 거주자의 4.6% 비중)을 기록했다. 인천 차이나타운, 이태원 무슬림마을, 동부이촌동 일본인마을, 방배동 서래마을 등 재한 외국인 밀집지나 관련 종교시설도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전선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 타격권에 외교관 등 외국 공무원이나 미성년자를 포함한 외국 민간인까지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같은 피해가 현실화하면 6·25 전쟁 참전국인 유엔군사령부 구성국 뿐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대북 보복 의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음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긴장을 최대치로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나가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북한이 대남 핵타격 등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한미 동맹이 유사시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대북 보복 의지를 거듭 밝힌 점을 지목하며 "권위주의 체제에서 중시하는 것은 지도자 안위이고 핵 법령을 비롯한 모든 제도는 김정은 안위에 맞춰져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핵전쟁을 벌일 가능성 자체는 낮다"고 했다.
달리 보면 국내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의 가족과 같은 미국인이나 북한의 동맹인 중국인 등 수많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각각 자국 정부의 소개령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북한도 대남 전면 타격을 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한 안보 소식통은 "중국의 국민이 한국에서 대거 철수할 때는 돼서야 전면전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리조트 관광 홍보를 위해 러시아 인플루언서를 고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북한이 전면전을 결심했겠느냐"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이미지를 앞세워 한반도 위기를 최대한 높이고 그걸 바탕으로 미국 차기 정부와 협상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기 위한 국지적 도발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향후 몇 달 내에 한국에 대해 2010년 연평도 포격 때처럼 파괴적인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30일 전원회의에서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획기적으로 강화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과 3축 체계를 활용하여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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