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간첩조작 사건’ 고 한삼택씨, 50여년 만에 ‘간첩 누명’ 벗었다

강연주 기자 2024. 1. 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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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과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지냈던 고 한삼택씨의 재심 사건에서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한씨 가족들은 이날 선고 이후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재심개시 권고를 수차 불복해 온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고 한삼택씨가 사건 발생 50여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6일 옛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한씨의 재심에서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어지럽혔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 한 중학교의 서무 주임으로 근무하던 한씨는 1967년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을 주고받고 교장 관사 신축비용 명목으로 63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나 제주로 돌아온 이후에도 ‘간첩’ 낙인 탓에 직장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 1989년 사망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씨는 수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감금돼 경찰 등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고, 허위 자백도 강요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한씨) 등이 불법구금 상태서 작성한 (자백 취지의) 진술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한씨의 공소사실 일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가 충분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받은 금전에 대해 “조총련 소속이 아닌 사람도 같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며 한씨와 조총련의 관계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또 “받은 돈이 교장 관사 설립에만 쓰인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 다른 활동에는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다른 목적을 가졌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했다.

한씨 유족들은 50여년 만에 나온 무죄 선고를 환영하면서도 검찰의 항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의 이 사건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된 터다.

한씨의 아들 한경훈씨(63)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54년이 됐고, 그동안 6남매 자녀는 모두 환갑을 넘겼다”며 “아버지 사건의 재심이 개시되는 과정마저도 정말 힘들었다. (중략) 검찰이 이 사건을 항소하지 않고 빨리 확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씨 측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법원에서 지난해 3월 이미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음에도 검찰이 항고·재항고를 한 탓에 한씨의 무죄 판결 소식이 1년 정도 더 늦어졌다”며 “당시 (한씨의) 행위가 국가존립이나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침해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성도 없다는 것이 오늘 확인된 만큼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고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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