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장관, 이승만 유족 방문…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도 참여
‘뉴라이트’ 사관 이승만기념사업회 관계자도 참석
국가보훈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을 찾는 행사에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참여했다.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의 과오와는 별개로 독립운동 업적을 기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보는 뉴라이트 사관에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보훈부에 따르면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이 전 대통령이 생전에 거주했던 서울 종로구 이화장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씨와 손자 이병구 씨에게 2024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패를 전달했다. 지난해 12월25일 보훈부는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 전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패를 전달한 다음에는 이 전 대통령이 초대 내각을 구상했던 조각당 등 이화장을 둘러봤다.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의 독재 이력에 대한 논란에 가려져 이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하와이와 미국을 기반으로 독립운동을 한 경력이 과소 평가받아왔다는 입장이다. 1992년부터 매달 한 명 이상의 인물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해왔지만 이 전 대통령이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이력에 대한 이견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의 과오는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관계자가 참여했다고 보훈부는 밝혔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장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맡고 있다. 사업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위업을 기리”는 데 사업회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황 회장은 인사말에서 “기적 같은 대한민국 건국의 한복판에 초대 대통령, 국부 이승만이 있었다”며 “종의 멍에를 끊어버리고 위대하게 거듭난 대한민국을 건립한 이승만은 실로 자랑스러운 아버지, 국부의 표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보는 시각, 즉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인식하는 뉴라이트 사관에 정부가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면 1919년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주도한 임시정부 활동의 의미는 축소되기 때문이다.
강정애 장관은 지난해 12월21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정부 수립 초대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건국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절 논란에 대한 야당 질의에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등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업회가 참여한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 관련 단체 중에서 보훈부에 등록된 유일한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며 “사업회의 명칭 등은 사단법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훈부 장관이 직접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인물의 유족을 방문해 선정패를 전달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상징성과 의미를 고려한 결과다. 보훈부 관계자는 “장관이나 (보훈)처장이 유족을 직접 찾은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훈부는 “유족 측 요청”을 이유로 들며 취재진의 이화장 현장 취재를 제한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이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있는 그대로 평가돼야 한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려는 움직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을 고려해 오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이력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주최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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