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새 출발할래"… 클릭 몇 번에 年이자 300만원 뚝
주담대부터 보험까지 … 갈아타기 금융 플랫폼 전성시대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15일 핀테크 앱을 통해 A은행에서 받았던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B은행으로 갈아탔다. 김씨는 주택 구입 당시 변동형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대출이자가 6.102%까지 오르며 이자 부담에 허덕였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알아본 대출금리는 3.659%로 김씨는 월 20만원 안팎의 대출이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자동차보험 갱신을 앞둔 30대 개인사업자 유 모씨는 네이버페이 앱을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를 안내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인증 프로그램 설치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었고, 직관적인 화면 구성으로 손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유씨는 60대인 아버지께도 플랫폼을 사용해보라고 권할 생각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갈아타기'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문을 열었고, 19일에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개시됐다. 오는 31일에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전세대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클릭 몇 번에 더 싼 이자와 저렴한 보험 상품을 찾아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 상품을 찾는 새로운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먼저 '금융 상품 갈아타기' 포문을 연 것은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다. 지난 9~23일 2주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총 1만176건의 대출 갈아타기 신청이 접수됐고, 금액으로는 1조7541억원에 달하는 신청이 이뤄졌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시행 초기에 최종 완료된 대출을 분석한 결과 차주들이 평균 1.5%포인트 금리 인하 혜택을 봤고 1인당 이자 절감액은 약 33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은 조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KB부동산 시세 등 시세 조회가 가능한 아파트를 담보로 한 10억원 이하 대출만 가능하다. 과도한 대출 이동 등을 제한하기 위해 기존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경과한 이후부터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아울러 연체 상태인 대출, 법적 분쟁 상태인 대출은 갈아타기가 불가하다. 저금리 정책금융상품, 중도금 집단대출 등도 갈아탈 수 없다.
금융 소비자들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기존 대출의 금리와 잔액 등을 확인하고, 이를 대출 비교 플랫폼과 제휴된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과 비교할 수 있다. 갈아타고 싶은 신규 대출 상품을 정한 다음 차주는 해당 금융회사 앱 또는 영업점을 통해 대출 심사를 신청하게 된다.
신청 절차도 간편하다. 대출 신청을 위해 필요한 소득 증빙 등 대부분의 서류는 금융회사가 공공 마이데이터와 웹 스크래핑 방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차주는 주택 구입 계약서와 등기필증 등 서류를 직접 촬영해 비대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고령자 등 대출 신청 서류를 비대면으로 제출하기 어려운 차주는 영업점 방문을 통해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차주가 대출 신청을 하고 나면 신규 대출 금융회사는 2~7일간 대출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 결과를 차주에게 문자 등을 통해 알려주게 된다. 이후 차주가 금융회사 자체 앱 또는 영업점을 통해 상환 방식, 금리 구조 등 대출 조건을 확인하고 대출 계약을 약정하게 되면 금융 소비자의 대출 갈아타기 절차가 모두 완료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대출 포함)은 850조4000억원이다. 본격적인 가계대출의 '머니 무브' 움직임이 일자 은행들의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금리를 3.67~3.75%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3.75%, 신한은행 3.72%, 하나은행 3.706%, 우리은행 3.71%, 농협은행 3.67% 등이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산정의 근거가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가 지난 22일 기준 3.860%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역마진까지 감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은행들이 내놓는 혜택도 금융 소비자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31일까지 이벤트에 응모하고, 3월 21일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첫 달 대출이자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2월 29일까지 대출을 갈아탄 고객 중 선착순 500명에게 첫 달 대출이자 중 최대 20만원을 포인트로 지급하고, 하나은행은 3월 29일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한 고객 중 선착순 2000명에게 인지세를 면제해준다.
뒤를 이어 지난 19일부터는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등장했다. 기존에는 여러 보험사의 견적을 비교하기 위해 개인정보 입력과 본인인증 등의 과정을 보험사마다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 출시로 단 한 번의 정보 입력만으로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11개사가 플랫폼 업체로 참여하고 22개 생명보험사와 18개 손해보험사가 손을 잡았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보험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보험으로 보험 수요가 가장 큰 데다 표준화가 용이한 만큼 가장 먼저 보험 소비자들을 만나게 됐다. 다른 보험 상품들은 순차 입점된다. 펫보험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입점될 예정이고 실손보험은 3~6월, 저축성보험은 4~8월 중 플랫폼별로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이 간편하다는 데 있다. 간단한 본인인증과 차량·운전자 범위 선택만으로도 손쉽게 보험료 확인이 가능하다.
각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료를 조회하려면 설치해야 하는 인증 프로그램만 5~6개인데, 플랫폼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예상 보험료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20분에서 5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각 보험사의 연간 예상 보험료뿐만 아니라 나중에 환급받을 금액도 확인이 가능해 가장 저렴한 보험이 어디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금융 소비자들은 보험료에 유의해야 한다. 주요 보험사들이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감안해 '플랫폼 가입(PM)'이라는 새로운 보험료율 체계를 만들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각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는 게 플랫폼을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실제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료 공시에 따르면 38세 남성이 35세 특약과 전 담보 가입을 조건으로 중형차(2000㏄)를 위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삼성화재 홈페이지(CM)에서는 90만5970원, 플랫폼(PM)에서는 93만6400원으로 보험료가 제시됐다. 현대해상(CM 100만800원, PM 103만4260원)과 DB손해보험(CM 93만1980원, PM 96만3480원), KB손해보험(CM 108만6300원, PM 112만2100원) 등도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경우 3만원 이상 보험료가 저렴했다.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악사(AXA)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8개 중소형 자동차 보험사는 각 사 홈페이지와 플랫폼에서 동일한 보험료가 제시된다. 다만 이들 중소형사도 향후 플랫폼 수수료를 사업비로 반영해 플랫폼과 각 사 홈페이지 상품 모두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31일부터는 전세대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갈아탈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시세 조회가 가능한 아파트가 대상이다. 기존 대출을 받은 뒤 3개월이 경과한 후부터 전세 임차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까지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전세 임차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전세 임차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신규 대출 신청은 통상 전세 임차계약을 갱신하는 시점 등을 고려해 기존 전세 계약 기간의 만기 2개월 전부터 15일 전까지 가능하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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