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북 도발·대남 위협 촉각 세우는 미국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골적인 대남 적대 노선, 북·러 군사협력 심화 등에 대해 연이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발 위기로 인한 혼란을 경계하기 때문이지만, 미국도 긴장 완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포럼에서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행보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도 같은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넘어서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그가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복수의 미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대남) 적대적 노선으로 정책을 전환했는데, 몇 달 안에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인 군사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에서 당장 전면전이 발생할 위험은 없지만 김 위원장이 급격한 긴장 고조를 피할 수 있는 방식의 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핵 및 전쟁 위협’에 대해 “핵 능력을 포함해 군사력의 지속적인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의 지도자가 쓴 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북한산 무기 확보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함께 북한이 대러 무기 제공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미사일·위성 관련 첨단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과 공격적 언사에 대해 미국이 공개 경고에 나선 것은 대선 국면에서 북한발 위기가 통제가능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선’에 직면해 있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한반도나 대만에까지 불안이 확대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북한으로선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유력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 정부는 북한이 본격적인 전투 또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신호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와 로버트 칼린 미들버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38노스 기고문에서 “김정은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분석한 것에는 거리를 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김정은의 ‘전쟁 위협’을 두고 북한이 실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하다면서 북한의 진짜 목표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이며 이를 위해 서방과 북한 주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손가락질’ 말고는 창의적인 대북 정책이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한·일) 등 동맹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지난달 퇴임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중국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지원한 중국도 지역 내 군사 충돌은 원치 않는다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 고조 속에 양국 간 북한 문제 협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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