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습격범 외침은 허언…처벌 원한 배현진

특수폭행 검거된 A군(14), 경찰에 "우발적 범행" 진술
범행에 쓴 돌덩이 "평소에 지니고 다녔다"는 주장도
"치료받던 병원서 양극성 장애(조울증) 소견" 전언 나와
피 묻은 옷가지 제출한 裵…피해자 조사서 "처벌 원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배현진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지난 1월25일 배현진(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현진 의원실이 공개했다.<배현진 국회의원실 제공·연합뉴스>

서울에서 비공개 일정 중 둔기 습격을 당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41·여, 서울 송파을)이 미성년자인 피의자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피의자 A군은 만 14세로, 촉법소년(형사처벌되지 않는 만 14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25일) 신사동 한 건물을 찾은 배현진 의원에게 접근해 돌덩이로 머리 뒤쪽 등을 10여차례 가격한 중학생 A군을 현행범 체포한 뒤,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A군을 조사한 뒤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와 SNS 내용, 범행 전 행적 조사 등을 토대로 주말 동안 진술의 사실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

특히 배 의원이 전날 국회에서 본회의 일정을 마친 뒤 비공개 개인 일정 중 피습한 만큼, A군이 사전에 계획한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2시간 전 '연예인이 많이 오는 미용실에 사인을 받겠다'고 외출했다가 배 의원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으며,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 입원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범행에 쓴 돌도 '평소에 지니고 다닌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A군은 강남구 한 중학교 학생으로 파악됐다. A군은 지난해 1학기부터 교내 갈등이 있었고 교육기관 산하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A군은 치료받은 병원에서 '양극성 장애'(조울증) 소견을 받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서울교육청 측은 수사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생활교육위원회 소집 등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특수폭행 혐의로 A군을 검거해 조사한 뒤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날 새벽 한 병원에 '응급입원' 조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 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키는 제도다. 경찰은 응급입원 기간 이후 보호자 동의를 받고 다시 보호 입원 절차를 거치면, 해당 병원에서 A군을 상대로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자 진술도 진행됐다. 경찰은 배 의원이 전날부터 입원해 있는 순천향대병원을 이날 찾아 약 1시간30분에 걸쳐 진술을 들었다. 피습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배 의원의 혈흔이 남은 옷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배 의원이 아직 치료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병원 진단서는 차후 제출받기로 했다. 배 의원은 피해자 조사에서 '처벌을 원하느냐'는 경찰 질문에 "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배 의원 측이 "선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원실 관계자는 선처 여부를 논할 단계 자체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A군은 배 의원을 습격할 당시 주변사람들이 말리기 위해 나타날 때까지 10여초 이상, 총 17차례 배 의원의 머리를 노리고 돌로 가격했다. 배 의원실은 이런 정황이 담긴 CC(폐쇄회로)TV를 공개했다. 그는 전날 범행 직후 현장에서 자신의 나이를 15세라고 밝히며 '촉법 소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2009년생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 처벌이 가능했다.

한편 소년법상 19세 미만 소년 보호사건은 가정법원이나 관할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하는데, 금고형 이상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발견되면 그 동기와 죄질에 따라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면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