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건강] "예뻐야 인생 편다"...韓 어쩌다 성형대국 1위가 되었나
한컷건강 한줄평 : 사회가 부추긴 성형수술 1위...한국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져야 할까.
성형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투자?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적 단면? 논란을 뒤로 하고 한국에서 성형수술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장 많이 하는 '성형대국'이 됐습니다.
최근 미국의 투자전문매체 '인사이더 몽키' 국제미용형성외과학회(ISAP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인구 1000명 당 8.9명이 성형을 한 우리나라였습니다. 서울 여성 3~5명 중 1명은 1회 이상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을 정도죠.
ISAPS에 따르면 한국의 성형 시장 규모는 2018년 107억달러 (약 14조3000억원)로, 세계 성형 시장의 약 25%를 점유했습니다. 2022년에는 약 4만6300명의 외국인이 '성형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죠.
성형수술을 많이 한 나라 2위는 1000명당 8.81명이 성형한 아르헨티나입니다. 이 나라는 2020년 총 28만여건의 미용 성형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총 2000명 이상의 성형외과 전문의를 보유했으며 2019~2021년 사이 가슴확대술, 지방흡입술 등 인기 수술 빈도가 3배 이상 뛰었습니다.
세 번째 국가는 브라질(인구 1000명당 7.62명)입니다. 이 나라 성형수술의 절반은 급여화돼 공적 자금으로 충당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브라질은 전문의 8000명을 보유했으며 2021년에는 총 160만 건의 수술을 진행해 1인당 성형수술 건수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네 번째는 1000명 당 7.26명이 수술받은 콜롬비아가 차지했습니다. 2~4위 전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수술비가 저렴하고, 수술 경력이 많은 전문의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방제거술 비용이 1만 달러가 넘지만 이곳에서는 3000~3500달러로 3분의 1 수준입니다. 비용이 저렴해 고객도 많아 이들의 수술 횟수가 미국 전문의의 10배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고객 10명 중 2~3명은 미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5위부터 △그리스(6.33명) △미국(5.91명) △독일(5.72명) △터키(5.40명) △멕시코(5.31명) △이탈리아(4.79명) 순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외모로 대접받는 사회...외모 평가 폐해 악순환 지속
"예쁘면 다 돼","잘생기면 봐줘", "예뻐야 인생 꽃피우지" 성형수술 강국이라는 이면에는 한국사회 팽배한 외모지상주의를 톺아볼 수 있습니다. 2020년 한국갤럽이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9명은 인생에서 외모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회적 성공(취업 등)과 결혼을 위해 성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남녀 10명 중 7명은 '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인생에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인식. 씁쓸하지만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8월에 공개된 드라마 <마스크걸>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모미'는 댄서를 꿈꿔왔지만, '못생긴' 외모 때문에 꿈을 포기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방송을 접한 그는 마스크를 쓴 채 방송을 해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끝내 얼굴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등 돌려 그를 못생겼다고 비난했습니다. 좌절한 모미의 결정은 바로 '성형수술'이었죠. 수술 후 미모를 얻었지만 모미는 유흥업계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아름답게 바뀐 미모로 찬란한 삶을 꿈꿨지만 삶은 그리 반짝이지 않았습니다. 모미 그리고 모미를 비난한 사람들은 우리 모두입니다. '예쁘고 잘생기면 대접 받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타인이 정한 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혹은 '자기 만족을 위해' 여러 이유로 자신의 몸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의 외모 평가에 자의식이 쏠린 탓입니다. 그 잣대로 타인의 외모를 또 평가합니다. 내실 없이 눈에 보이는 것만 쫓다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는 끊기지 않을 것입니다. '성형대국 1위'에 숨겨진 우리의 기괴한 민낯을 생각해봅니다.
임종언 기자 (eon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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