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테러 무서워 법 만들 수도 없고…" 총선 앞둔 정치권 '비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 전체가 초긴장 상태다. 혹여나 유사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 법상 국회의원은 공적 경호 대상이 아니다보니 보좌진이 밀착경호를 하는 정도 외에는 별 다른 대비책도 없는 상황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배 의원의 피습 사건 이후 총선 예비후보 등 정치인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A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우리는 매일 지역에서 사람들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는 것이 일상인데 걱정"이라며 "이번엔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을 겨냥했지만 다른 정치인에게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의 3선 B의원은 "배 의원 사건도 계획된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있고 정치인을 겨냥한 유사범죄가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로서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보좌진 등 자체 인력으로 경호를 강화하는 것 뿐이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르면 경찰관의 업무 중에는 주요 인사 경호가 포함돼있지만, 경찰청 훈령 상 '주요 인사'에는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과 대선 후보 등만 포함된다. 정당 대표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정당의 요청에 따라 신변 보호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일반 국회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중 얼굴에 커터칼로 공격당한 사건을 계기로 주요 정치인도 각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를 받을 수 있는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발의된 적은 있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정치인들 입장에선 직접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도 난감하다는 설명이다. B의원은 "국민정서상 국회의원을 보호하자는 법이 받아들여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 역시 "테러로 불안하다는 말도 사실 대놓고 하기 힘들다. 우리는 국민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데 국민들에게 국민이 무섭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현장 유세나 행사장에 의심스러운 인물이 접근하는 것을 경찰에 막아달라고 요청해놓는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도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부터 경호 강화를 위한 내부 지침을 의원실 차원에서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현장 행사에는 남자 보좌진이 항상 함께 한다"고 했다. 그나마 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의원실 소속 보좌진이라도 있지만 예비후보의 경우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경호 강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여야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26일 국회의장과 여당에 국회차원의 정치테러대책을 세우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경찰 경호와 경비대책이 주로 선거운동 기간 중으로 제한됐는데, 조금 더 전부터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각국에서도 주요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사건,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 자택 테러사건 이후 의원들이 자신과 직계가족을 지킬 경호원 고용을 위해 선거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한 의회를 방호하는 폭동대응팀(Civil Disturbance Unit) 역시 주방위군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비상대비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6년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반대 운동을 펼치던 조 콕스 하원의원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경찰청 내 의회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한편 '조 콕스 외로움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고독과 고립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2018년에는 '외로움부'로 확대개편됐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정치인들의 특성 탓에 해외에서도 근본적인 방지책 마련에는 애를 먹고 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이후 일본은 정치인 유세 현장의 사전점검을 강화하고 경호 인력을 늘렸으나 지난해 4월 기시다후미오 총리를 겨냥한 사제 폭발물 테러가 또 다시 발생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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