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노인회장 면전에서 "노인 무임승차 가장 많은 곳은 경마장"

김호일 "노인 더 타나 안 타나 똑같다" 반박에도…李 "물리학 법칙", "젊은이보고 더 내라는 건가"

노인 무임승차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의 방송 토론에서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어딘지 아나? 경마장역"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 회장이 '노인 무임승차를 하나 안 하나 지하철은 어차피 정해진 시간표대로 다니니 재정 부담은 같다'고 반박했지만 이 대표는 "물리학의 법칙"이라며 "200명이 타면 12톤이 늘어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두고 김 회장과의 토론을 진행, 개혁신당 측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비판하고 있는 김 회장을 겨냥한 마무리 발언으로 "경마장"을 언급했다. 그는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 번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앞서 개혁신당의 공약 발표 후 '노인의 행복권'을 강조해온 김 회장의 말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지만, 이날 이 대표보다 앞서 마무리 발언을 한 김 회장은 이 대표의 해당 발언에 대해 반박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토론을 마쳐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지하철 운송수입 자체가 거의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무임승차 비율이 올라가면서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수도권 노인인구 △젊은 세대 등을 언급하며 현행 무임승차 제도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지하철이 시발점에서 종점까지 갈 때 전기료는 사람이 탔든 안 탔든 똑같다"며 지하철 적자와 무임승차 복지 사이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고 반박하자, 이 대표는 "차량이 20톤인데 200명이 타면 무게가 거의 12톤이 (추가)되는 거라 무임승차 비율에 따라 실제 운행 시에 전기 요금이 차이난다"며 "물리학의 법칙이니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즉각 재반박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공개한 대한교통학회 연구 중간 보고서를 인용하며 "승객 승차 여부와 상관없이 열차는 운행이 되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용역 (연구) 같은 게 기준 적용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어 '2000~3000억의 무임승차에 의한 편익이 발생한다'는 얘기가 있으면,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살 한 명의 가치가 5억인데 자살을 100명 덜 하시면 500억 이런 식으로 연구 용역이 되는 것"이라며 "사실 정치권에서 주는 용역이라는 것이 좀 끼워 맞추기식 용역이 많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또 "화장실 청소 비용, 안내 비용, 쓰레기 치우는 비용,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운영 비용, 이런 것들은 무임이냐 유임이냐 가리지 않고 총 승객량에 비례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임 비율이 올라가게 되면 이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이 무임승차 노인복지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제도는 지하철 이외 버스, 택시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연 12만 원 상당의 교통바우처 지급과 40% 가량의 할인 요금 적용이다. 이 대표는 "교통약자라고 하는 분들이 정말 역세권 아닌 곳에 사는 분도 많다"며 해당 제도가 "지방에 계신 분들한테도 혜택이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라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이에 "(연 12만 원 지원은) 한 달에 한 3회 정도만 외출하라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라며 "한 달에 세 번만 외출하라고 하면 '방콕'을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하철 요금 현실화 △공익서비스 국고지원 등을 통해 전체적인 노인 교통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게 김 회장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지금 이 방송을 듣는 젊은 세대에게 노인들에 대한 무임승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2200원대까지 지하철 요금을 올리자는 주장을 하시는 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수송원가 얘기하시면 좀 곤란하다"고 김 회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자당의 공약대로 노인 무임승차 복지를 폐지하되, 교통요금 40% 감면 등의 대안을 도입하는 것이 젊은 세대 및 지방민들과의 형평성에 있어 '더 공정한' 제도라는 게 이날 이 대표 주장의 요지다.

다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결국 사회적 약자이자 교통약자인 노인 계층에 대한 복지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창 빅텐트 논의를 진행 중인 제3지대 신당 세력 내에서도 논쟁의 소지가 되고 있다.

신당 '미래대연합'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제 폐지를 주장한 직후인 지난 19일 TV조선 유튜브 프로그램 '강펀치'에 출연해 "저희가 제3지대 빅텐트를 치자는 것이 혐오 정치를 극복하자는 뜻 아니겠느냐"며 "또 다른 혐오를 낳고 또 다른 갈라치기를 하고, 이런 것들은 조금 지양해 주셨으면 어떨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3일 노인교통정책을 발표한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새로운선택'은 "현재 대한민국은 '노인빈곤 긴급사태'로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현행 65세의 노인연령을 5년간 70세까지 상향하되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유지하고 △지방거주 노인교통 지원도 확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본인을 향한 '혐오정치' 논란과 관련 "우리 개혁신당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마다 갈라치기다, 혐오다, 이렇게 나올 것 같으면 대한민국에서 개혁 아젠다를 아무것도 다루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오른쪽) ⓒCBS <김현정의 뉴스쇼> 화면 갈무리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