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가족들, 가자지구 보급품 반입 저지 왜?
NYT “하마스에 인질 석방 압박 고육책”
네타냐후, 카타르 비난 후폭풍 일파만파
미, 중재 위해 CIA 국장 유럽 급파 계획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를 연결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점거하고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구호물자 반입 저지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구호물자 반입 저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며 국제사회에 중재를 호소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강대강 대치에 무고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질 가족들은 이날 케렘 샬롬 검문소에서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길목을 차단하고 조속한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유엔은 이날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간 트럭은 단 9대에 그쳤으며, 나머지 114대는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으로 우회해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인질 가족들이 구호물자 반입 저지라는 강경 행동에 나선 건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인질 석방 협상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NYT는 “인질 가족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의 귀환을 위해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구호품 반입이 중단되면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줘야겠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남동생이 납치된 대니 엘가라트는 NYT에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물품 상당수를 빼돌리고 민간인과 인질들은 남은 음식을 먹는다고 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2일엔 시위대가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회의장에 난입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관저 근처에선 단식투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분배를 기다리던 군중을 공격해 2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가자시티 외곽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이스라엘의 끔찍한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이날 공격으로 조카가 다쳤다는 아부 아타 바살은 AFP통신에 “사람들이 음식과 밀가루를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탱크가 나타나 발포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조각났다”고 말했다. 손과 다리를 다친 모하메드 알리피는 “밀가루를 얻으러 가고 있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4차례나 발포했다”고 분노했다.
기대를 모았던 휴전 협상 소식은 이날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가 중재에 힘써왔던 카타르 정부를 비하한 발언이 공개돼 협상은 난관에 부딪혔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가족들을 만나 “그들(카타르)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하마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유는 카타르가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등의 발언을 한 녹음파일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카타르는 발끈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보도된 발언이 사실이라면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을 포함한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 대신 중재 과정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악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 카타르를 비난한다면 중재를 중단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은 이번 녹음파일 유출이 인질 가족들 탓이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인질 가족 대표인 하임 루빈스타인은 성명을 내고 “총리와의 만남에서 이뤄진 모든 대화는 총리실과 회의에 참여한 각료들이 녹음했다”며 “가족들은 회의장 입구에서 휴대전화를 모두 압수당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꺼져가는 협상 불씨를 살리기 위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유럽에 급파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특정되지 않은 유럽 국가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고위 인사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번스 국장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주일 휴전 합의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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