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범, 촉법은 아니어도 미성년자…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배현진 의원 피습관련 CCTV 화면. (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01.25. *재판매 및 DB 금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둔기로 공격한 중학생이 향후 어떤 처벌을 받게될지 관심이 쏠린다. 피의자 A군(14)이 형법상 촉법소년은 아니지만 미성년자라는 점, 정신병력 유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전문가들 의견이 갈리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군이 정식 기소될지 여부 자체가 불분명하다. 촉법소년이 아니기에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아직 성인이 아닌 점을 고려해 수사당국이 A군을 법원 소년부로 넘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년부로 송치되면 처벌 수위는 크게 낮아진다.

A군처럼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범죄소년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소년원 입소나 보호시설 감호 등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지원 법무법인 나란 변호사는 "소년부 사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상처가 1㎝정도면 부상 상태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치 4주 이상이 안 나올 걸로 보인다"면서 "그렇게 되면 상해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수사당국이)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 이세일 법류사무소 세일 변호사도 "소년법으로 처리 될 확률이 꽤 있다"며 "미성년자는 아직까지 보호 대상이다. 피의자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기도 해서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일반 사건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A군이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많았다. 배 의원 사건을 일반 폭행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혐의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은 일단 A군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변호사는 "(배 의원 사건은) 일반 폭행사건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며 "학교 외에서 벌어진 심한 범죄 유형의 하나로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 게 의도에 따라서는 살인 미수 등 혐의가 될 수도 있다. 일반 형사 절차를 밟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미성년자인 점 등은 감경 요소에 해당하지만 수사 결과 오히려 불리한 사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범행)대상을 선별할 때 배 의원을 고른 배경이 A군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적이거나 남녀갈등 등 때문이었다면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한다"며 "동선을 미리 정하거나 이례적인 폭행에 그치지 않고 수차례 내리친 점 등도 처벌을 가중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A군이 지난 25일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안에서 배현진 의원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 /사진=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은 전날 서울 강남구에서 배 의원을 습격했다. A군은 사건 현장 인근 중학교에 재학 중인 만 14세 학생으로 검거 당시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주장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군을 현장에서 체포한 직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한 뒤 26일 새벽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할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72시간까지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다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군이 범행 전 "배현진 의원이냐"고 물은 뒤 돌을 꺼내 들었다는 점, 40여분간 현장 인근을 배회하다가 범행을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강남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27명 규모다. 경찰은 이날 오후 12시50분쯤 배 의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범행 동기·계획된 범행인지와 배후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배현진 의원 피습관련 CCTV 화면. (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