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꽃' 이주명 "리틀 전지현, 좋지만 부담..아직 만개 안 한 꽃" [인터뷰 종합]
[OSEN=장우영 기자]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나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 했지만 2022년에도, 2023년에도, 2024년에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INFP이지만 ‘쫄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매 순간에 임하는 배우 이주명이다.
2019년 KBS2 ‘국민 여러분!’을 통해 데뷔한 이주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씽:그들이 있었다’, ‘카이로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로 경험을 쌓았고,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가능성을 증명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통해 데뷔 후 첫 단독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아 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년 만에 돌아온 이주명. 그가 첫 주연을 맡은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 연출 김진우)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이주명은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에서 타고난 운동신경과 들끓는 승부욕으로 여러 운동부 코치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빼앗긴 태릉의 인재 오유경 역으로 열연했다. 김백두의 어릴 적 친구 ‘오두식’이자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거산으로 내려온 경찰 ‘오유경’으로 분한 이주명은 거침없고 강한 겉모습과 달리 따뜻하고 섬세한 내면을 갖춘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1년의 공백기지만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낸 이주명이다. 그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푹 쉬기도 했다. 시기가 안 맞아서 공개되지 않은 작품도 있는데 촬영도 하면서 알차게 보냈다”며 “2023년을 돌아보며 정말 열심히 일했고 보람 차다고 느꼈다. 한달은 누워있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뿌듯한 2023년이었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에서 ‘모래에도 꽃이 핀다’ 오유경으로 분한 이주명. 첫 미니시리즈 주연이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 이주명은 “첫 주연으로서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안 느꼈다면 허세다.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고민을 했는데 생각을 많이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현장에 가서 느껴지는대로 해야겠다 했는데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도 너무 좋고 친하게 지내다보니까 이끌어주고 당겨줘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많이 고맙고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말했다.
‘모래꽃’은 씨름을 소재로 한 드라마. 다소 생소할 수 있다.이주명은 “소재가 걱정된 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너무 신난다고 다들 이야기했다”며 “내가 씨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화가 되고 집중이 됐다. 액션 스쿨에서 몇몇 동작을 배우기도 했는데, 나 혼자 씨름을 안 한다고 해서 외롭거나 동떨어져 보이진 않았다. 씨름을 한 장면은 없지만 뭔가는 한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만큼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도 인상 깊었다. 이주명은 “그동안 나는 사투리의 ‘사’도 모르는 이미지로 많이 비춰졌는데, 대본을 보고 너무 하고 싶어서 사투리 녹음한 걸 전달드리고 미팅 때 보여드리겠다고도 했다”며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사투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모든 캐릭터가 유쾌해서 끌렸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만 해도 현지인처럼 사투리가 느껴질 정도여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주명이 열연한 오유경은 골목대장, 왈가닥 느낌이 강하다. 이주명은 “난 어렸을 때 정말 조용했다. 키도 작아서 키 순서로 번호를 매기면 3, 4번이었다. 발표도 제대로 못하고 내게 집중이 되면 얼굴이 빨개지고 도망갔다. 그래서 ‘모래꽃’을 하면서 더 통쾌했다”며 “오유경과 오두식의 차이는 표준어와 사투리도 있지만 너무 다르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사람은 한 명인데 다르게 연기를 하면 시청자 분들도 의아해하실 거 같아서 오유경과 오두식이 서로에게 묻어있었으면 했다. 조금은 엉뚱하고 과격하지만 러블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무뚝뚝할 수 있는 사투리를 최대한 귀엽게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모래꽃’ 티키타카의 중심에는 이주명과 장동윤이 있었다. 이주명은 “내가 경력이 길고 다작을 한 건 아니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일한 느낌을 받았다. 장동윤이 워낙 편하게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순수해서 장난 쳐도 반응이 재밌다. 그 부분이 김백두와 닿아있기에 애드리브로 많이 나왔다. 이런 상대 배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장동윤은 14kg을 증량하고 ‘모래꽃’에 임했다. 옆에서 지켜본 이주명은 “초반에는 장동윤이 살이 찐 상태가 아니어서 내가 ‘나는 찌우겠다’고 했더니 본인은 안 찌우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만 살을 찌우면 말이 안 될 거 같아서 안 했는데 장동윤이 살을 찌우고 왔다. 만약 캐릭터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살도 찌워야 한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열려있다”고 이야기했다.
친한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특히 제작발표회 당시 모두 드레스 코드를 블랙으로 맞췄는데 장동윤 홀로 모래판 같은 수트를 입고 나타난 점도 화제였다. 이주명은 “그때 장동윤이 섭섭하다고 했는데 진짜인 줄 아시는 분들도 있더라. 장동윤 없는 단톡방이 따로 있진 않다. 빼놓고 이야기하는 느낌이긴 하다. 순수해서 그런지 아재개그도 많이 하는데 받아주다보니까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드레스 코드는 정말 랜덤이었다. 의도하진 않았다”고 웃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첫 방송된 ‘모래꽃’은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씨름 도시 ‘거산’을 배경으로 모래판 위에 꽃을 피우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최고 시청률 2.8%(10회)를 기록했다. 이제 종영까지 단 1회를 남겨둔 상황. 이주명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대본이고 배우들과 합도 좋았다. 많이 기대하고 노력했던 작품이라 애틋하다. 진심을 담아서 연기를 배우들이 한 것만큼 진지하고 따뜻하게 시청자 분들이 받아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벅차고 행복하다”라며 “내게 ‘모래꽃’은 희망이다. 하고 싶은 역할을 하게 된 것도 희망적이고, 제목처럼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게 희망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두식이도 성장하고, 모두가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것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정해진 건 없다는 걸 배운 계기가 됐다. 나도 꽃을 피운 것 같다”고 말했다.
‘리틀 전지현’이라고도 불리는 이주명이지만 이 수식어에는 부담이 크다. 이주명은 “너무 좋지만 부담스럽다. 자기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수식어다. 그래도 머리 자르고 변신했으니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며 “나를 표현하는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 보자면 ‘새 같은 배우’라고 하고 싶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MBTI가 INFP라 매 순간 지레 겁을 먹는다는 이주명이지만 ‘쫄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모래꽃’까지 훌륭히 마쳤다. 그리고 아직 이주명이라는 꽃이 만개하지 않은 만큼 만개하기 위해 더 달려가고자 한다. “매 순간 쫄지만 티를 안 내려고 한다. 그래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현장에 가기 전에 호들갑을 나 혼자 떠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모래에도 꽃이 피는 만큼 이주명이라는 꽃도 피었는데, 아직 만개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지금 만개했다고 하면 앞으로는 더 만개할 거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앞으로가 더 희망 찼으면 한다. 기대감을 안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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