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최태원이 SK실트론 지분 매입한 건 SK의 합리적 의사결정 결과”

김지환 기자 2024. 1. 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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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최태원 지분 확보, 합리적 경영 판단”
”공개입찰 거쳐 적격투자자…획득 과정 적법”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데이 본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24일 법원이 취소했다. 이 판결 배경에는 SK가 SK실트론 지분을 100% 매입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위광하·홍성욱·황의동)는 지난 24일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SK는 반도체 소재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월 주식회사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석 달 뒤 잔여 지분 49% 중 19.6%만 추가로 매입했고 나머지 29.4%를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최 회장이 사들이자, 공정위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가 제한됐다고 보고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SK가 합리적 검토 없이 잔여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고, 그 결과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가 돌아갔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사업기회 유용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도 주장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 개인적 지분 인수를 돕기 위해 임직원도 동원됐고, 이사회 승인 등 의사결정 절차도 준수되지 않았다고 보고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관련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정 처분을 내릴 때 법 조항을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 회장과 SK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K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이 매입하게 된 것은 SK가 재무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미 자회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지분율 70%)을 충족하는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주식 100% 취득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 측 위원이 ‘100% 투자는 합리적 결정이 아닐 것 같은데’라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SK는 실트론의 지분 100%를 확보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고, 투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재원을 투자하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이미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단독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던 점, 중국의 업체가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영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점 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를 고려하면 SK가 추가적 지분 매입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최 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 또한 적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두에게 공개된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중국 투자자와 경쟁 끝에 최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됐다”며 “SK가 최 회장에게 지분을 취득하게 했다거나 적격투자자 선정 과정에 관여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재판과정에서 최 회장을 제외한 다른 인수 의향자들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주주 간 협약체결 등 SK의 협력이 꼭 필요했던 점을 근거로,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SK가 협력을 근거로 제3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SK의 협조가 반드시 필수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제3자인 투자자의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해 협약이 필요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번 공개경쟁입찰이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최 회장의 인수를 위해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문인력 충원은 최 회장이 입찰을 인지한 시점과 SK의 인수 검토 시점보다 훨씬 앞선 시기”라며 “또 SK의 재무 부분 임직원들이 관여한 것은 최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이후 입찰 대리인과 논의한 것에 불과해 사업기회 제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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